야식이 먹고 싶은 날이었다.
처음에는 순대를 사러 나갔다.
이 동네에 6년째 살면서 이 사장님이 파는 순대 떨어진 거 오늘 처음 봤다.
그 많은 날 중에 왜 오늘 떨어진 걸까.
상심해서 그 돈으로 씨유 우동볶이를 샀다.
우동면은 통통해서 상당히 좋아하는 건데 거기에다가 비빔소스라니, 맛있을 거 같았다.
사지 말고 돈을 아낄까 하다가 순대를 못 먹어서 억울하니까 샀다.
뚜껑에서 손을 조심하랬다.
그리고 물은 뜨거우니까 손을 조심하려면 물 붓는 구멍하고 좀 손을 멀리 두는 게 정상이다.
그래서 뚜껑을 다시 한번 꼭꼭 눌러서 확인을 하고 기울였다.
우동사리가 모조리 하수구로 퍽하고 직행했다^^
어이가 없어서 뚜껑을 열어봤는데 한 가닥도 안 남아있었다.
그래서 여러분 씨유 우동볶이의 사리는 표준형 싱크대 하수구에 정확하게 딱 찰 만큼 들어있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기울이자마자 다 저리로 들어갔거든요.
살짝 봉긋하게 딱 차는게 전혀 넘치지가 않더라고요.
뭔 놈의 뚜껑이 그렇게 여물지를 못하냐?
약해빠졌긴.
진짜 우동볶이는 포장에서 말했던 것처럼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이유 때문이다.
화상을 피하는 게 우선이긴 하지만 음식을 내 위장으로 넣는다는 최종목표에 도달하기도 힘들다.
사진에 있는 저 두 소스는 내 뱃속으로 들어가지 못해서 기념으로 찍어놓았다.
빈 종이용기는 분노로 척살했기 때문에 저 사진을 찍을 때에는 벌써 쓰레기통에 있었다.
저 소스는... 우동사리를 따로 사서 먹고 만다.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