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X 강의 수강 후기
2013년부터 수많은 MOOC 커뮤니티에 잠수를 타고 다녔다.그러다가 올해에는 각심하고 드디어 강의를 끝내는데 성공했다.
사실 CS50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한 주가 다르게 난이도가 급상승하는데 따라가기 너무 힘들어서 HTML로 갈아탔다.
그리고 정말로 끝내는데 성공했다!
내가 끝낸 강의는 Project101x와 W3C의 X Series 강의 HTML5.0x다.
1. Edx
2013년에 내가 찾을 수 있었던 대표적 MOOC 사이트들은 거의 가입했다.Khan academy, EdX, Udacity, Udemy, Coursera, 그리고 Iversity이다.
그 중에서 Khan academy야 K-12 초·중등 교육과정을 커버하고 있었으니 밀어두었고 나머지 사이트들 중에서 상당히 떠돌았다.
다섯 사이트 중, Iversity는 유럽 기반인 듯하고 나머지는 미국 기반인 듯했다.
나는 제일 먼저 Udemy를 놓았다.
MOOC를 접했을 때 내가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했던 ‘인증된 고등교육기관의 강의’라는 점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Udemy는 다른 곳들처럼 일정 기관들과 제휴를 맺기보다는 강의 플랫폼 자체를 제공하기만 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인지 제공 강의 목록에서 기존의 인강과 차이점을 못 느낄 강의부터 세스 고딘 같은 사람들이 제공하는 강의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그래서 기회의 땅이구나∼하고 보기만 한 다음에 떠났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저작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강의를 보고 싶으면 여기가 제일 많다.
그 다음으로는 Udacity를 미루어두었다.
Udacity는 전형적으로 STEM 교육을 중심으로 발생한 MOOC다.
그래서 인문학 과목의 개수는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요즘 사람들이 집중하는 머신 러닝 등의 교육과정은 실무 기관과 연계해서 딱 잡혀있다.
인터랙티브 액티비티는 사실 교수설계자의 역량에 따라 다르지만, 전부 이공계 사람들이라서 그런 걱정은 필요 없도록 잘 만들어놓았다.
영상을 보다가 수사적으로 던진 질문인 줄 알았는데 진짜 질문이어서 중간에 퀴즈가 툭 튀어나오는 등, 잘 잡혀있다.
다만 처음 둘러볼 때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이 없었을 뿐이다.
세 번째로 내려놓은 건 Iversity였다.
후발 주자라서 강의 주제가 아직 적더라.
남은 건 Coursera와 EdX였다.
K-MOOC가 생기기 전 우리나라 대학에서 강의를 올리려 떠난 게 이 두 플랫폼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Coursera에서 강의를 골라서 들으려고 해보았다.
그런데 처음 잡은 강의가 너무 좋지 않았다.
내가 이전에 살핀 대부분의 강의들이 모듈화가 너무 잘 되어있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잡은 강의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는데, 50분짜리 영상이 몇개씩 연달아 붙어있는 강의라니.
실제 강의실에서도 제가 그렇게 못 앉아있습니다…
그래서 저 때 극복에 실패하고 EdX에 갔다.
EdX는 뭔가 조금씩 삐그덕거리는 느낌이었다.
개인 취향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의 깔끔함은 Udacity와 Coursera를 따라갈 수가 없다.
최근 리뉴얼한 Iversity도 EdX보다 더 취향이다.
모바일앱도 그렇다.
공밀레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이공계니까 지금쯤이면 여기저기서 돌아가는 모바일 러닝 환경이 구축될 줄 알았다.
아직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만 앱이 제공되고 있는데, 그것만 쓰라고 하더니 정말 그것만 쓰는 게 낫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접속하면 뭔가 브라우저에서와 달리 수업의 흐름이 뚝뚝 끊어지는 느낌도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 중에서 확실하게 비영리기관이라 명시되어 있는 곳은 EdX다.
그래서인지, 뭔가 계속 실험하는 느낌이 나서 좋았다.
그리고 “강의”라고 하면 학제에 맞추어서 한 해 혹은 학기마다 반복되는 느낌을 받는데, CS50에 대한 기사를 보고 거기서 정말 좋은 이미지를 받았다.
CS50 트레일러를 실제로 봤을 때, 그 한 강의를 위해서 열 명, 스무 명이 붙어서 연중 행사처럼 진행되는 느낌도 긍정적이었고.
그 이미지에 대한 호감으로 EdX에 정착을 했다.
(웃기게도 들어올 때는 이 강의 때문에 들어왔는데, 개념이 이해가 안 돼서 때려치고 개점휴업한 강의도 이 강의다.)
2. 다채로움
플랫폼들을 살펴보면 파트너 기관도 많고, 강의 주제도 다양하다특히 공밀레에 익숙하신 분들이 설립한 데가 많아서 STEM 쪽으로는 정말 빡세게 잘 되어있다
Udacity 같은 경우에는 강의를 본사에서 관리하는지 자유로운 강의 발행은 없어보인다.
하지만 아예 나노학위라고 해서, 실무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실무 기관과 연계해서 만들고 관리해서 그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로드맵 강의들이 확실하게 짜여있다.
다른 사이트들은 강의 플랫폼을 지향하기 때문에 실험적인 강의도 많이 올라온다.
개인적으로 훑어보다보면 인문강의의 비율이나 종류는 Coursera가 제일 재미있게 골라들을 수 있을 거 같이 보인다.
EdX는 뚝심있게 진행되는 강의가 잘 올라온다는 느낌이 들고.
MOOC 사이트들의 큰 장점은 다양한 공인 기관과의 연계다.
카탈로그를 살펴보면 일반적인 종합대학 외에도, 박물관, 기업, 비정부기관 등 다양한 주체들과 파트너를 맺고 있다.
그래서 그 파트너 기관 수만큼 다양한 강의들이 올라온다.
특히나 "Founder" 수준으로 분류된 기관은 강의 목록 길이가 다른 기관과 다르다.
그리고 오프라인의 학교가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이다보니, 강의 개설이 보다 유연한 것 같다.
강의 편람을 살펴보면 일회성으로 진행하고 아카이빙된 수업이 매우 많다.
그 목록에는 나는 생각도 못해본 주제들이 많고, 쓸데없이 구체적이고 학제통합적인 과목들도 있다.
소소하게 취미 생활 같이 들리는 수퍼히어로의 부상도 있다.
최근에 보니까 그 수업하고 〈엑스멘: 아포칼립스〉하고 연계해서 프로모션을 하더라.
꾸준하게 다시 올라오는 거 보니까 다음 분기에도 올라올 거 같다
다음에 또 열리면 그 때는 그냥 훑어보는 게 아니라 한 번 제대로 들어보고 싶다.
전반적인 활동 구성도 신기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강이라 그러면 수능 인강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런 수업들은 영상 내에서 뭔가 진행이 되지만, DRM으로 막혀있고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는 외에는 기술적 활용이 잘 와닿지 않는다.
반면 MOOC를 둘러보면, 작정하고 만든 수업들은 진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성능 활용이 엄청나다.
수업 들으면서 나는 이제까지 인터넷을 헛되이 쓰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예로는 Udacity에서 영상을 듣다가 화면에 퀴즈가 나오고 그걸 풀어야 영상이 그 프레임에서 이어져 진행되는 기초적인 형태가 있다.
EdX의 CS50는 그야말로 눈빠지는 최첨단의 수업이다.
EdX에서 제일 처음 모바일앱으로 지원해준 강의 중 하나이지만, 모바일앱으로 보면 더 재미없는 강의다.
유튜브 기반의 EdX 내부 플레이어도 있지만, 멀티스크린을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cs50.tv에서 강의를 볼 수도 있다.
수업 내의 액티비티를 진행할 때는 아예 VMware하고 제휴한 다음 크롬으로 가상 프로그래밍 환경을 제공한다.
내 부족한 이해력 때문에 듣다 보면 내가 너무 멍청해서 속이 답답해지는 지라 손 떼고 있는데, 이렇게 멋진 수업은 잘 없다.
Project101x 같은 경우에는 간트 차트나 Work Breakdown 등을 구현해서 직접 예시 프로젝트를 배치해보도록 했다.
HTML5.0x는 Intel XDK라는 외부 프로그램을 지정하고 거기에서 코딩하도록 하더라.
면대면으로 강의를 들으면서 지도받는 것보다는 참여도가 떨어질지 모른다.
또한 각 수업마다 편차가 커서, 영상만 보고 문제 푸는 것만 통과하면 인증서가 나오는 수업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활동이 구성된 수업을 찾을 수 있는 것도 MOOC였다.
3. 언어의 장벽은 존재한다
MOOC 강의 제공에 있어서 주 언어는 단연 영어다.다른 언어가 있어봤자 몇 개 없고, 다 자막이 제공된다.
그래서 방심할 수도 있는데, 절대 그러면 된다.
답을 아는 문제였는데 정말 ‘영문’을 몰라서 틀린 것도 있다.
내 수강 경험 중에서 가장 억울한 순간이었다.
일반 영어를 잘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각의 과목 내에서 통용되는 용어들은 모두 ESP다.
무역영어 같은 걸 보면 이게 내가 배운 영어랑 같은 거였나 싶을 때가 있다.
처음 커리큘럼 화면부터 인증서를 딱 발행받는 그 순간까지 아득하다.
평소에 잘 아는 주제의 과목을 만나서 좀 더 쉽게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다 같은 과목이 아니잖아…?
나는 아예 ‘IT영어를 배우고 싶다!’ 라는 마음으로 강의를 들었는데 빡세더라.
빅뱅 이론으로 영어공부 하겠다고 하는 것처럼 울렁거린다.
그 드라마에 나오는 드립은 모조리 물리학에, 주인공들 취미가 코믹스 덕질이다 보니 서브컬쳐로 엄청 빠삭해야 한다.
그걸로 영어 공부하면 그냥 평범한 대화에 사용할 어휘는 한줌 남을 거다.
MOOC는 이론물리학 같은 넘사벽은 아니지만, 여태껏 생각해보지 않은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매우 많다.
어휘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치더라도 때로는 억양의 장벽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거의 미국 영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MOOC를 수강할 때 모든 강사분들이 고향 따라 억양이 다르다.
영어 구사도 자체는 아주 안정적이고 표현도 고급진데, 그냥 내 머리가 저 소리가 내가 아는 음소와 동일하다고 인식을 못한다.
딱 내가 지금 듣는 강의의 강사분이 프랑스 분인데, 자막을 보고 있어도 영어인지 불어인지 순간순간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
여기서 사용하는 영어는 실로 범세계적이고 전문 용어로 가득한 영어라 어렵다.
대신, 강의 수강하면서 나오는 영어에서 가닥 잡는데 성공하면 이후로 관련 주제에 대해서 스스로 찾아보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거기다 정말 슬픈 게, 기계 및 IT 용어는 영어를 기반으로 한 게 대다수다.
이 기회로 영어 실력을 쌓으면 나중에 컴퓨터 자격증 등에서 모르는 문제가 나올 때 찍어 맞추기가 더 쉬울 거라 생각한다.
내가 그랬다.
4. 제공되는 교육 형태의 널뛰기
![]() |
(출처: 위키피디아) |
MOOC는 아직까지도 정형성이 낮아서, 뭉터기로 살펴보면 혼돈의 카오스다.
팀티칭의 경우에는 같은 과목 내에서 모듈에서 강사가 바뀔 때마다 강의 느낌이 다르다.
내가 도전하고 있는 과목 중 Introduction to Marketing이 그렇다.
두 분이 마케팅이라는 한 주제에 대해서 접근 방법별로 나누어서 가르치신다.
한 분은 약간 모닥불 옆에서 얘기 듣는 것처럼,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하셨거나 그냥 업계에서 유명한 이야기를 가져와서 인포그래픽과 함께 구성지게 이야기를 풀어주신다.
다른 분은 보다 원론적인 마케팅 이론에 대해서 얘기하시는데, 그 분이 할 때는 아예 유리로 된 보드와 함께 판서를 하면서 일반 이론 강의처럼 설명을 해주신다.
이 외에도 어떤 수강 포기 과목처럼 50분짜리 영상 7개가 연달아 붙어있는 강의도 있고, 모듈이 십수 개로 쪼개져 있는 강의도 있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다음 편집해서 기깔나는 인터랙티브 플레이어로 볼 수 있는 강의가 있는가 하면, 그냥 카메라 한 대 세워놓고 본인 사무실에서 마이크도 없이 촬영한 영상도 있다.
수강 기간도 애매하다.
초기 강의는 현장 강의처럼 일정에 맞추어 열렸다가 이후에는 아카이빙만 되어있는 형태가 많았다.
하지만 ‘강의실’에 들어가는 건 강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강의가 엊그제 끝나도 가능하다.
MOOC가 인생이 있는 사람들이 남는 시간에 들을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평생교육적인 관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 건데, 일정을 맞추어 들어야 할 경우 상당한 부담이 된다.
요즘은 그래서인지 ‘Self-Paced’로 강의를 오랜 시간 열어놓고 그 기간 내에 본인 재량으로 들으면 되는 강의가 많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수업은 영상으로만 봐도 뭔가 북적이는 느낌인데, 아카이브 코스에 들어가면 내가 가는 곳마다 폐허인 듯한 쓸쓸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영상만 보더라도 진행 중인 강의를 선호한다.
아, 그리고 수강 자체도 선택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MOOC에서 두번째 O는 ‘Open’, 열려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위의 그림에서 보여주듯이, 열려있다는 범위 한계가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강의를 들으면 어떤 조건으로 듣냐에 따라 강의 공개 범위가 다르기도 하고, 남는 건 확실히 다르다.
단례로, 대부분의 MOOC 사이트들이 수익 창출 모델을 인증서 시스템으로 잡으면서, 무료 수강과 유료 수강의 대우가 다르다.
Coursera 같은 경우에는 아예 ‘청강’으로 표시하고, 무료 수강일 경우 인증서가 나오지 않는 강의가 많다.
무료 수강하면 강의에서 학습 증진을 위해 설계해놓은 액티비티에 접근을 못하는 강의도 있고, 유료 수강 신청을 했을 경우에만 접근 가능한 직업 강의 시리즈도 있다
MOOC를 수강하는 사람들 중 그냥 강의가 어떠한가 싶어서 들어오는 사람도 있는데, 아예 내부를 구경할 수 없다는 건 상당한 페널티다.
그냥 믿고 들으라는 건가…
EdX 같은 경우에는 무료 수강을 완료하면 Honor Code Certificate, 유료 수강을 하면 Verified Certificate가 나온다.
유료 인증은 EdX에서만 해봐서 다른 곳은 모르겠다.
하지만 EdX의 경우에는 돈을 받았을 경우에는 한 해동안 유료 인증 상태가 유지되더라.
이번 세션에 완강을 실패해도 다음 세션이 열렸을 때 들으면 되니까 아주 억울하지는 않다.
(향후에 세션이 안 열리고 끝나는 강의면 그냥 실패로 끝나는 걸지도 모르겠다.)
Udacity 나노학위 같은 경우엔 1년 내에 끝내면 반값 페이백 조건이 붙은 것들도 있더라.
공개라고 그냥 붙여놓으니 저렇게나 형태가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듣고 싶은 주제를 다루고 스타일 맞는 강의를 찾는 게 상당히 힘들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고, MOOC도 첫 강의를 잘 골라야 수강 의지가 생기는 거 같다.
5. “No prerequisite required”
이건 사실 좀 짜증난다.다년 간 수업을 듣다 보면 선생님이 수업을 잘 못 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는 수강자의 최저 수준 설정에 실패했기 때문도 있지 않을까 한다.
나는 교수란 직업은 장르를 잘 잡아서 성공한 덕후들의 직업이라 생각한다.
애시당초에 뭐든 일이 되는 순간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애정이 변질되기 때문에, 좋으시냐고 질문하면 무슨 대답을 들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수 년을 그 주제에 몰두하면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게 되어 있다.
또 서당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사람이 어떤 주제를 몰두해서 오랜 시간 보면 뭘 이루어도 이루겠지.
그래서 그런 수준에 오른 사람들은 생판 모르는 사람의 입장이란 걸 이해 못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지인이 내게 그랬다.
학습자의 수준에 대해서 예측을 할 때는, 생각할 수 있는 최저보다 더 낮은 범위를 상상한 다음, 상상도 안 가는 그 아래까지 대비해야 한다 그랬다.
애들이 멍청하다는 게 아니다.
그냥 뭘 알고 뭘 모르는지 알 수조차 없는 것뿐이다.
그 장르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한 당사자는 숨쉬듯이 당연하게 따라와야 하는 것도, 모르는 사람한테는 전혀 당연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MOOC는 배려가 매우 부족하다.
관심이 있어서 오는 사람들이라지만,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고 할 때는 진짜로 기초조차 없는 사람도 올 수도 있다.
“No prerequisite required”라고 하면 선행 조건이 필요 없다는 건데, 왜 필요가 없어.
중등교육 이수 수준의 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거나, 그런 것도 선행 조건 맞잖아요…?
누구한테나 열려있으니까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 들을 수 있는 수업인데 누가 올지 어찌 알고.
특히나 ‘개론’으로 끝나거나 ‘Introduction’으로 시작하거나 학수번호에 ‘101’이 들어가는 수업들, 기초 수업들.
그런 수업들이 제일 끔찍하게 레벨 못 잡는다.
듣는 사람들은 분야에 대한 로드맵조차 스키마에 존재하지 않을지 모르는데, 강의에서 그 분야 전체를 다루어 주어야 하니 어려울 밖에.
그나마 내가 Project101x와 HTML5.0x를 끝낼 수 있었던 건 그나마 쉽게 설정된 강의였기 때문이다.
Project101x는 중간중간에 ‘교수님은 아시겠지만 저는 모르는 새로운 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데요…?’ 싶지만, 그래도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정말 큰 원리만 다루었다.
HTML5.0x는 백지 같은 학습자의 수준은 모르겠지만 나름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느낌이 꽤 묻어나왔다.
듣도 보도 못한 개념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만, 워낙 커뮤니티가 다양하게 구축되어 있으니 잘 정리된 포스트 등을 찾아서 참고 링크로 많이 뿌려놓았다.
거기를 뒤지다 보면 거의 답이 다 나온다.
커리큘럼을 기대하고 가서 독학의 원리를 배워나오는 기분이 좀 들기는 한다.
이런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MOOC에서 강조되는 것이 학습자 커뮤니티의 구축이다.
토론 포럼에 참여할 것인가 묻는 질문은 선행조사에서 빼놓지 않고 나온다.
그렇다. 모르면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지.
문제는 내가 뭘 물어야 할지 모를 때 생긴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어디서부터 질문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나는 주로 옆에 구글을 틀어놓고 궁금한 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보는 쪽을 선택한다.
그 방법은 좀 위험한 게, 딴 길로 새기 딱 좋다.
HTML 문서는 전부 연결되는 구조고 HTML 사이트들은 또 그런 건 빠삭하게 다 챙겨서 이어놓더라.
그렇게 잠깐 나가서 봐야지, 하고 나가면 모르는 내용이 계속 나오고 그걸 이어서 보다가 서너시간 뚝딱 사라진다.
집중력 흐트러지기 딱 좋다.
아니면 나만 그런가?
어찌 되든 간에 정말 1도 모르는 사람을 데려다 앉혀놓고 베타테스팅을 한 다음 강좌를 내줬으면 좋겠다.
연속해서 올라오는 강의에 내가 불쑥 중간에 들어가서 모르겠다고 울면 내가 잘못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몰라도 된다고 해놓고는 들어가니까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하는 강의는 슬프다.
6. 전반적 소감
처음 MOOC에 솔깃했던 건 누구나 알법한 명문대학에서 무료로 강좌를 진행해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명문대에서 정성껏 강의를 해준다는데, 궁금했지.
사실 내용만 알고자 하면 어떻게든 볼 수 있다.
MIT 같은 경우처럼 전 강좌를 기록해서 온라인 상에 OCW로 공개를 해놓은 웹사이트도 있고.
하지만 OCW와 MOOC의 큰 차이점은 전자는 본 수업까지 포함했더라도 강의 자료만 공유할 뿐이지만 후자는 인터넷 수강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두 개를 살펴보면 느낌이 확 다르다.
OCW는 다른 사람을 위해 준비된 강의의 지난 기록이다.
그에 반해 MOOC에서는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을 위해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쪼르르 가서 들어봤는데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내가 하기 마련이었다.
그냥 좀 궁금하다고 무작정 따라가려고 하면 엄청 벅차더라.
아무 정제가 안된 인터넷에서만 정보의 해일 속에서 허우적댈 거 같은데, MOOC에서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이 안에서도 정보를 배터지도록 떠먹여주려고 하는데 다 필요한 정보가 맞기 때문에 골라서 버리지도 못하겠다.
순서가 꼬여서 먼 미래에 설명해줄 개념을 앞에서 실컷 쓰고 끝에서야 설명해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토하겠다.
MOOC의 만성적 단점, 하늘을 뚫는 드랍률에는 이런 이유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한 주요 MOOC사이트들이 고등 교육의 대안적 갈래로 나왔다는 게 와닿았다.
내용을 이론적이고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전부 교수 내지는 교수 수준의 강사라 수준이 작정하고 하드코어하게 잡는 수업은 억 소리 나는 수준으로 준비를 하더라.
다 그런 건 아닌데,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포진해 있으므로 항상 교육 과정이랑 트레일러를 꼼꼼히 봐야 한다.
또 MOOC가 전부 직업계발쪽으로 트랙을 제공하고, 그 목적으로 오는 사람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미 사이트 분화가 많이 이루어져서, 어떤 수업을 원하느냐에 따라 사이트도 잘 골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태가 제일 고루 섞여있는 곳은 EdX와 Coursera지만, 내가 지금 듣는 수업 끝나고 나서 코딩에 대해서 더 배우고 싶으면 난 Udacity랑 CodeAcademy 조합으로 이민 갈 거다.
진심.
W3Cx 시리즈 듣는데 참조문헌으로 걸어놓는 게 자기네가 작성해놓은 HTML5 Specification 원본 문서다.
뒤로 갈 수록 잘 정리된 개인 블로그 포스트 같은 걸 제공해주는데, 초보한테는 제일 앞에서 그런 포스트가 필요합니다….
사실 이민 의지는 이미 넘치는데, 내가 이 시리즈를 끝내 보겠다고 오기로 듣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끝까지 하면 은근히 남는 게 있어서, 동기 부여가 정 안 되면 유료 Verified 끊고 듣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진짜 돈 걸고 들으면 이해가 안 되도 악착같이 세번씩 읽어보고 구글에 몇십 분씩 검색 돌려가면서 다 듣더라.
어떤 과목을 고르든지 간에, 스스로의 학업 의지와 한계를 시험해보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중인 김랑이라고 합니다. MOOC 관련 연구를 진행중인데요, 혹시 MOOC 학습 경험과 관련하여 이메일로 몇 가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ReplyDelete무크 혼자공부하기 넘 빡센것 같아서 후기찾다가 들어왔어요. 퀘스트 클리어하는 느낌은 이런 느낌이군요. 후기 잘 읽고 가요~~~~
ReplyDelete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열공하셔요:)
Delete상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잘읽고갑니다 :)
Reply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