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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ine] 시작이라고 쳐놓고 글 쓰면서 하다가 끝남

(출처: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지금, 롸잇 나우 금주의 무료 앱으로 뿌려주고 있다.
게임 몇 개 안 해 봤지만, 그 중에서 가장 신기한 형태의 게임이 아닐까 한다.
되게 웃긴데,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던 스마트워치가 가지고 싶게 만드는 게임이다.




라이프라인은 캐주얼하게 하기 쉬운 게임이다.
테일러가 고래자리가 보이는 은하계 어딘가의 위성에 불시착해서 간절하게 연락을 하다가 플레이어에게 연락이 닿으면서 시작한다.
그 이후로 테일러가 불시착한 곳 주변을 탐사하면서 넋두리하듯이 문자를 보내면, 우리가 답장을 하는 형식이다.



그래픽은 한없이 단순하다.
아무 그림 없이, 저렇게 문자가 오는 것이 다다.
다만 한가지 딜레마는, 글씨가 너무 작다는 정도?
나는 처음에 이 게임을 앱스토어 금주의 무료 앱으로 받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패드로 먼저 받았다.
그렇게 하다보니, 아무래도 문자가 오는 형식이라 폰으로 하면 몰입감이 터질 거 같았다.
재미있는 게임이니까 회사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플레이스토어에서 한번 더 샀다.
어차피 스토리 진행도 얼마 안 해서 아무 미련도 없이 폰으로 다시 시작하는데, 글씨가 너무 작았다.




어쨌든 저렇게 진행을 하다보면, 약간 실제로 헤매이는 양 시간도 들고, 긴 문자나 망설이는 순간에는 좀 늦게 오기도 하는 등 제작진이 문자를 주고 받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을 해놨기 때문에 테일러가 무슨 액션을 하러 간다고 바쁘다는 상태 메시지가 뜨면서 아무것도 못한다.
그렇게 내 시간을 지켜주고 있다. 상냥한 제작진…
다만 소리 없는 메아리처럼 알림 하나 없는 카톡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처럼 기다리게 된다.
그래서 앱에서 나오면, 백그라운드에서 시간이 흐르고 테일러가 다시 연락이 왔을 때 진짜 문자로 연락이 오는 것처럼 알림이 뜬다.
그러면 주욱 테일러의 문자를 읽어보고 선택을 하면 된다.


선택지는 간단하게 두 개만 나온다.
두 액션 중에 고르거나, 두 대답 중에 고르는 건데 말투가 참 자연스러운 게 하나는 '저 먼 타지에서 불귀의 객이 될지도 모르는 테일러에게 그래도 친절하게 대해주자'는 느낌이 나고 다른 하나는 좀 톡톡 튀는 느낌으로 미드에서 소위 말하는 Smartass 같은 느낌이 난다.
어렵긴 한데 생각 외로 친절한 것이, 주요 분기점에서는 워딩을 잘 읽어보면 진행할 방향이 살짝 보인다.
물론 훼이크가 없다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진행할 때 중요한 선택지이면 내가 다른 걸 골라도 한번 더 바꿀 수 있게 다시 제시해준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테일러의 멘탈을 좀 지켜주는 대답을 하면 심리나 개인적인 사항이 더 섞인 묘사를 듣게 되는 거 같다.



이 게임이 정말 대단한 점은 그래픽 없이 스토리텔링 하나만으로 플레이어를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처음에 별 생각없이 불은 끄고 램프만 켠 채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으시시해서 다시 슬쩍 켰다.
배경음악이 그냥 루프로 반복되는 거 같다가도 테일러가 걸으면서 문자할 때는 슬쩍 숨소리도 같이 깔려있는 것 같이 들렸다.

테일러가 보내주는 문자는 1인칭 화자 시점에서 캐주얼하게 묘사해주는 소설과 유사하다.
구절구절 오타 하나도 안 나는 것이 문자치고는 참 사설이 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꼭 인터랙티브 소설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좀 무서운 프메한다는 생각으로 플레이를 했다.
그러면 뒤통수 장하게 맞는다.
주요 분기점에서 잘못 선택을 하면, 테일러가 죽을 수 있다^^…
왜 죽었는지는 말 안 하겠지만, 자기 전에 선택해놓고 일어났는데 테일러가 죽어있었다.
그거 보고 와, 타지에서 죽어가는 애가 나한테 마지막으로 연락하고 있는데 내가 무성의하게 대충 대답해주고 무시했고, 내가 등따시게 방에서 동안 애가 쓸쓸하게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느낌?
운수 좋은 날도 아닌데 시스템 메시지 보면서 쌔했다.


소소하게는 보면서 닥터후 4시즌이었나, 에피소드 Midnight 생각나더라.
낯선 행성에서 모르는 외계의 생명체와 조우하는데 긍정적인 조우도 아니고, 그 존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주인공들을 노리면서 관객은 그들의 진술과 관찰을 통해서만 윤곽을 잡을 수 있고 결국에는 마지막까지 그 정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 무지에서 비롯되는 조용한 공포가 상당히 닮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저 에피소드에 비하면 이 게임은 엄청 친절하다.
저렇게 한번 죽고 나서 다 플레이하는데 3일쯤 들었는데, 진짜 테일러가 탈출하는데 걸린 날짜하고 비슷하게 걸린 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서 빨리 진행하는 모드가 있기는 한데 그럴 필요 없는 거 같다.
진짜 얼마 걸리지도 않는다.



이거 확장 챕터가 Silent night이었는데, 사실 오리지는 이기는 시퀄 없다고 하는데 주인공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플레이해보고 싶다.
이름이 멜라니 키오르(Melanie Chior)고 애칭으로 멜이라 부르는데, 결국 얘는 별을 보고 길을 찾던 동방박사의 이름을 받은 거잖아?
그래서 엄청 마음에 들었다.

1의 주인공 테일러는 제작진이 일부러 성별을 밝히지 않았다고 하는데, 2편에는 성별이 확실하다.
개인적으로는 2의 화자는 처음 딱 봤을 때 홈랜드의 캐리 매드슨이나 최근 본 블랙리스트의 앨리자베스 킨 같은 성격일 거 같다.
그렇지만 홈랜드의 캐리는 사회나 경력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잡은 사람이고, 블랙리스트의 리즈는 첫 근무인데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새로이 성격을 형성해나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후자에 더 가까울 거 같다.

스니크 피크 챕터에서 주인공 이름만 소개 받고 요만큼 생각이 들었으니, 그냥 질러야겠다.
후속작으로 판타지 버전도 있다던데, 판타지는 모르겠다.
일단 확장 챕터를 하고ㅇㅇ



다만 이 게임을 지르기 전에 주의할 점은, 한국어 지원이 안 된다.
영어, 독어, 불어, 일어, 아라사어만 된다.
그런데 번역 본다고 스포 당하면 게임 재미를 다 망쳐놓을 구조다.
그러니까 결제 전에 주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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