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어떠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거는 아니다.
다만 막 코퍼스 언어학 그런 거 봤을 때 생각났는데, 각본의 어휘가 팬덤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듯하다.
기본적으로 팬덤에서 활동을 할 때, 팬들이 스스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2차 창작물을 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에뮬레이션이 엄청나다.
비록 타인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재현을 함에 있어서 작품과의 연속성과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진본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매우 높다.
그래서인지, 작품이나 제작자의 의도를 밝히는 다양한 매체에서 등장하는 어휘가 그대로 반복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나 같은 경우에는 주로 외화 소비가 많은데, 하우스가 마음의 고향이고 요즘은 킹스맨을 열심히 소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산문을 보면, 특정 어휘들이 다른 단어에 비해서 유난히 자주 반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우스 같은 경우에는 특정 개인을 묘사하는 부정적인 어휘의 출몰 빈도가 유난히 높다.
꼽자면 misanthropic, obnoxious를 필두로 하는 온갖 하우스의 더러운 성격을 묘사할 수 있는 단어들?
그 뒤를 따라오는 건 윌슨이겠지^^
킹스맨 같은 경우에는 감정가(connoiseur)들이 무언가에 대해 품평을 하면서나 쓸 법한, 수능 단어에서는 특히나 어려운 독해 지문에서 가뭄에 콩나듯이 한번 등장할까 말까 하는 고급 어휘들이 퍼부어져있다.
킹스맨의 컨셉인 상위 계층의 고급진 어휘 생활을 재현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거기에 대조되게 주인공인 에그시의 런던 중산 내지는 하위 계층의 슬랭도 엄청나게 짙고, 멀린이 같이 등장하면 스코틀랜드 사투리도 걸쭉하게 등장한다.
이쯤 되면 거의 판독이 힘들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쓴 글인데도 그 사람이 어떤 팬덤에 대해 얘기하냐에 따라서 어휘 패턴이 바뀐다.
해리포터 파다가 반지의 제왕 파다가 슈퍼내츄럴에 잠깐 구경 갔다가 스타워즈로 간다고 생각해보면...
이 외에는, 스크립트에 등장하는 특정 어구, 특히나 인상 깊은 장면 혹은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구절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 경우에는, 유사 맥락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탈맥락적으로 뜬금없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냥 그게 같은 모양으로 나타난다는 자체에서 맥락과 관계 없이 같은 배경지식과 컨텐츠 경험을 공유하는 팬덤 내의 인사이드 조크가 되는 것이다.
하우스는 "Everybody lies," 킹스맨은 "Manners maketh man"이고 아 보면 딱 아 이거 거기 나오는 건데 하는 그런 캐치 프레이즈들?
이러한 구절들은 반복 생산이 되다가 바이럴에서 자주 등장하는 패러디로도 많이 연결된다.
개똥도 약에 쓰려니까 없는 것처럼 생각하니까 아무 생각도 안나는데 뭐 "비겁한 변명"이나 "밑장빼기"나 "드루와" "괜찮아요?" 뭐 무슨 작품을 생각했을 때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그런 구절들일 거다.
심하게 나가면 딱히 구절을 이루고 있지 않고 단어 하나만 있어도 생각나기도 한다.
MCU 어벤저스 팬덤에서는 "assemble"이나 "kneel"이라는 동사 하나만 들어도 자연스레 어벤저스 생각나는 그런 효과?
아이언맨 팬덤에서는 조개를 봐도 가능한데, 개드립 아니고 나름 오피셜이다.
그 외에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물건들도 그렇다.
맥거핀일 수도 있고, PPL일수도 있고, 진짜 아무런 의미 없이 생각난 게 그거여서 언급한 무언가여도 그렇다.
그러다 소위 말하는 팬설정, head canon이 되고 그런 거지.
다시 한번, 과학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전혀 없고 어디까지나 내가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이걸 어떻게 과학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나에게 있다고 해도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는 팬덤에서는 계속해서 재생산이 되기 때문에 불가능할 거다.
계속해서 갱신되는 걸 어떻게 실시간으로 따라가나ㅋㅋㅋㅋ
그런 걸 하고 싶으면 어디까지나 죽은 팬덤에서나 해야 하는데 죽은 팬덤을 헤매는 일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처럼, 세상이 망한 폐허 속에서 홀로 헤매이는 외로움을 심어준다.
심지어 무릇 팬질이라는 것은 워낙 채널이 다원화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당장 생각나는 플랫폼만 해도 기십개는 되는데 그 와중에 개인 블로그는 또 불가능하니까 잘해도 죽은 팬덤의 케이스 스터디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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