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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rassic World, 2015] 드디어 본 공룡 시리즈

(출처: Screenrant)



[※ 이 아래로 한 점 부끄럼 없이 스포질을 할 예정입니다]

쥬라기월드는 꼭 마지막까지 그렇게 있다가 보지 말고 제때 보자고 결심해서 보고 왔다.
그렇게 보러 간 쥬라기월드는 막 사람이 학살당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다른 의미로 내 공포심을 모조리 자극하는 영화였다.


크리스 프랫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레고 무비에 이거까지 연이어 나오면서 블록버스터 버프를 제대로 받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한다.
아주 소소하게 크리스 프랫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왔을 때는 그 누구랑 서 있어도 그닥 커보이지 않았고 레고 무비야 레고 사이즈가 다 거기서 거거니 크기 상의 비교란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진짜 최고의 덩치 중 하나였다.
역시 히어로물 캐스팅이란... 심지어 여자들까지도 다 크니 쟤가 커보일 수 있을리가 없지.


나는 원래 생물종에 거의 관심이 없는 타입이라 쥬라기공원 시리즈를 전혀 보지 않고 이번에 개봉한 월드를 본 다음에 1편을 보러 돌아간 유형이다.
그래서인지 일단 두 편을 더 많이 비교하게 된다.
쥬라기월드는 이전 시리즈와의 시간 간극이 있는데 아예 리부트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이 것만 봐도 괜찮을 그런 균형이 필요했는데 그 부분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중에 쥬라기공원을 보니까 얼마나 소소한 오마주를 많이 했는지 확 느껴졌다.
너무 많아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하나 생각나는 건 쥬라기월드에서 아이들이 고쳐서 타고 탈출한 차가 쥬라기공원에서 투어를 하던 같은 번호의 차였다.
그리고 공원에서 소소하게 나왔던 공룡들이 홀로그램으로 재등장하기도 하고 말이다.
스타 캐스팅으로 벨로시랩터와 티라노사우루스가 돌아온 것도 있고.


다만 이 두 영화에서 큰 차이점을 만들어내는 부분은 쥬라기공원은 공포영화고 쥬라기월드는 어드벤쳐영화라는 점이다.
사실 공식 영화 자료에 뭘로 장르 분류를 했는지는 전혀 짐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이다.
쥬라기공원은 귀신만 안 나오지 공포영화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느낌이다.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가 잔뜩 도사린 어둡고 고립된 공간에 소수의 인간들이 공포에 질려 있는데 이게 공포영화가 아니면 뭐죠^^
그리고 옛날이라서 그런지 아주 한 점 망설임 없이 아이들까지 이성을 차리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죽음의 위협 앞에서 도망다니고 뒹군다.
그에 반해 쥬라기월드는 아주 아동인권이 발달해서 저렇게 표현하진 않는다.
사실 그 위험한 정도로는 다 같이 비슷하고 월드가 조금 더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죽음의 위협에 시달리는 순간이라기보다는 다같이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의 일부로서의 느낌이 더 강했다.


하지만 내가 무서웠던 건 저것보다는 가능성에 대한 공포에 더 가깝다.
나는 사실 모든 소설, 특히나 공상과학의 경우에는 미래학적인 텍스트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우연히 기회가 되어서 학교에 개설되었던 미래학개론 강좌를 청강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종종 사회의 전개방향을 얘기하면서 들고오는 1984나 멋진 신세계는 전부 소설이 아닌가.
그런 식으로, 소설이라는 텍스트는 특히나 인간이 어떠한 상황이나 소재에 대해서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창의력을 가미하여 만들어낸 플롯이기 때문에 사고 실험과 유사하게 기능을 한다.
다만 사고 실험은 혼자서 머릿속으로 하고 나서 그 결과를 스스로 도출해보지만, 소설 등은 작가의 가설에 대해서 독자와 교류하면서 한 상황을 통해 여러 사람이 비슷하게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거고.
공상과학은 특히나 미래의 기술에 대한 우리의 상상을 묘사하면서 그에 따를 수 있는 온갖 문제들을 전개시켜 볼 기회를 제공한다.

그 중에서도 단골 소재는 단연 인간의 본질과 온갖 윤리적 문제다.
쥬라기공원 시리즈의 경우에는 일단 인간이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생명 창조에 따라오는 문제들을 보여준다.
쥬라기공원 시리즈 전체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소재가 바로 생명공학을 통해 배양해낸 공룡이다.
인간이 자신만만하게 유전자의 비밀을 풀어냈다면서 공룡의 형태를 복원하고, 이렇게저렇게 다른 생물의 유전자와 섞어낸다.
사실 그 부분 자체는 무섭지 않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낸 생명체들은 톱니바퀴를 끼워서 기계장치를 돌리는 것마냥 유전설계를 한 사람들의 의도대로 형질이 발현될 수 없단 게 문제다.
심지어 기계나 화학약품도 의도대로 안 나오는데, 살아있는 건 더 안 될 거다.
하다못해 한 수정란에서 갈라져서 나왔다는 일란성 쌍둥이도 서로 다른데, 어떻게 그 생명체들이 기계맨치로 돌아간단 말인가?

문제는 그러한 상황에서 통제나 해결의 수단이 없다.
쥬라기월드의 회장은 영화의 도입에서 얘기한다.
우리는 어차피 통제를 할 수 없다고, 그러니 그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편해진다고.
하지만 그것도 그래야 된다는 것을 인지를 할 뿐,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결국 통제의 환상 속에 있다가 모든 게 박살이 난다.
나는 그 통제가 박살나는 순간에서 정말 무서운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인간 문명 자체가 통제의 환상 속에서 쌓아올려진 게 아닌가 한다.
건물이고,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고, 사실 우리가 진실로 통제할 수 있는 건 없는데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지만 그게 한번 멋대로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제2롯데월드에 금가는 것도 이런 통제 불능의 일부다.

그리고 그런 통제의 환상이 크게 덧씌워져 있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 그 자체다.
우리가 항상 그 안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사실은 제일 무서운 거다 그게.
인간의 미미함은 쥬라기월드에서 공룡과의 대조 속에서 정말 크게 드러난다.
통제된 우리 속에 있었다고 생각해서 막 웃으면서 구경하던 공룡이었지만, 얇은 벽 하나가 사라지니 인간은 학살당한다.
그 중에서도 돌고래처럼 생각하던 모사사우루스가 압권이었다.
인간이 제때 시간에 맞춰서 고기를 넣어주니 훈련이 되어서 받아먹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고기가 그 곳에 있으니 나온 거였다.
먹이가 나오지 않으니 그냥 저 혼자 물가에서 먹이를 공수하면서 잘 먹는다.
그 중에 동물도 있고, 공룡도 있고, 물에 빠진 사람도 있고...
심지어 영화에서 거의 최종보스급으로 그려졌던 인도미너스 렉스도 그냥 한번 씹어서 끝났다.
이 공룡은 수많은 공룡 중 가장 위험한 포지션이었는데, 그냥 그렇게 갔다.

내 심해공포증의 논리적인 이유 중 하나가 이거다.
자연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데 가장 밝혀지지 않은 공간이 심해다.
뜨거운 곳에 어떻게 생명체가 살아 푸헹ㅋ 하고 나서 해저화산에서 사는 상어 찾고 이러는 곳인데 공룡 몇 종류쯤 사실은 멸종 안하고 진화한 개체로 저기서 살고 있을지 어떻게 알아ㅠㅠㅠㅠㅠㅠㅠ
저기는 그냥 작은 애들도 공룡만큼 무섭게 생겼어ㅠㅠㅠㅠㅠㅠㅠㅠ


인도미너스 렉스 그러고 생각났는데 이 공룡도 인간의 통제는 허구라는 사실을 잘 담아내는 소재였다.
인간이 자본주의의 요구에 응해서 얼마나 완벽하게 만들 수 있나 하는 호기심으로 만들어서 생명체다운 대우 없이 크기를 키운 공룡이다.
그래서인지 공룡 중에서 유난히 인간의 삐뚤어진 부분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교활하고, 잔혹하고, 위험했다.
이 공룡을 통해서 과학의 위험성을 또 한 번 볼 수 있었다.
과학의 이상한 낙관주의에 이어지는 위험 요소라고 해야 하나.
호기심을 통해 뭔가에 도전하는 건 진짜 멋있는데, 그에 수반하는 위험이나 부작용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케이스가 정말 많다.
그에 대비할 수 없는데 저지르는 건 한 백번 쯤 신중하게 더 생각해봐야 할 일이고, 저지르고 나서 그에 대한 감당을 할 각오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진짜 부족하다.
그게 부족해야 얘기가 재미있긴 하지만 현실에서 그러면 진짜 무서울 거고 허구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니까 저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가 없으니까 무서운 거다.


쥬라기공원은 인간이 공룡에 사냥당하는 뒤집어지는 공간이니까 진짜 심장폭격으로 무서운데  그래도 쥬라기월드는 가족영화라서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 저런 생각이 날 수 없는 어드벤처물이다.
재미있게 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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