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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구글 플레이 스토어) |
이번에 새로 시작한 게임.
나는 한없는 반복 활동과 기르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상당히 즐거운 게임이다.
어느 바닷가에서 새로이 문명을 시작해보자는 설정이다.
그래픽이 적당하게 세심하면서도 예쁘게 간략화가 되어서 정 붙이고 있다.
게임을 시작하는 첫 화면에는 제작 그룹의 로고가 뜬다.
세 개다.
이름을 잘 살펴보면 묘하다.
첫 회사는 이름에 필름이 들어간다.
그래서 좀 더 보는데 업로더도 Channel 4 Television Corporation이다.
저 회사는 분명히 방송사였던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확인해보니 내 느낌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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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elegraph) |
Eden은 원래 Channel 4에서 방영했다는 생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그 프로그램을 제작한 게 KEO Films, 해당 방송의 소재를 게임화한 것이 Strawdog, 그리고 그 흐름을 기획한 게 Channel 4 계열사인 All 4 Games인 듯하다.
우리나라 프로그램 중에는 게임까지 스토리텔링으로 설정하면서 기획한 프로그램을 아직 보지 못해서 매우 흥미로웠다.
원작 프로그램이 야생에서의 생존이기 때문에 게임에서도 부락 운영을 해서 공동체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옛날에 해봤던 Haven and hearth라는 인디게임도 이렇게 부락 운영하는 게임이었다.
자유도가 높지만 그만큼 가혹해서, 내 캐릭터를 그야말로 광야에 던져놓고 빠른 시간 내에 요령을 알지 못하면 캐릭터가 굶어죽고 캐삭에 가까운 패널티를 받는 게임이었다.
그에 비하면 레벨이 높아질 때마다 만들 수 있는 것이나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게 뭔지 알려주고 이런저런 도구도 공급해줘서 상당히 쉬웠다.
프로그램은 야생 생존인데 그런 식으로 문명의 도구를 슬쩍 주거나 사람들한테 좋은 아웃도어 제품들을 주고 그래서 욕먹었다고 하더라.
마을은 사람들이 모이는 모닥불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이 모닥불은 게임 전체의 중심이다.
모닥불을 중심으로 주변을 개간하거나 건물을 짓고 경작을 해서 커뮤니티를 넓힌다.
이 곳이 플레이의 기준점이기도 해서 각 캐릭터들은 주어진 임무가 완수되면 무조건 이 곳으로 모인다.
모닥불을 누르면 자잘한 태스크를 수행하면서 돈을 벌 수 있고 현재 마을의 상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경험치 레벨과 더불어 모닥불의 레벨을 기준으로 나머지 모든 것들이 정해진다.
최우선시 해줘야 할 중요 건물이다.
그 외 건물은 그린라이트가 허용해주는 평지라면 아무데나 지을 수 있다.
위치가 마음에 안 들어도 영구적인 건 아니라서, 꾹 눌러서 드래그로 이사보낼 수도 있다.
물건을 만드는 건물은 태스크 슬롯이 전체 네 개 있는데, 레벨이 높아질 때마다 하나씩 열린다.
자본주의의 힘으로 따도 된다.
그 외에 경작지 내지 수확하는 건물은 투입 인원, 수확 목표물과 시간 단위로 나뉜다.
레벨이 높아질 때마다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다.
이 게임은 환경도 계속 바뀌더라.
평소에는 맑은 날이지만 날씨가 조금씩 바뀐다.
강풍이 불어서 나무가 휘어지기도 하고, 구름이 끼면서 마을에 그늘이 가득 지기도 한다.
귀여운 배려인데 내가 게임할 때 필요한 주요 건물에는 완전히 구름이 끼지 않더라.
주의해야 할 건 태풍 때이다.
이 때는 화면 전체가 흔들리면서 벼락이 치고, 이런 재해가 지나가고 나면 건물의 내구도가 깎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건물을 일일이 눌러서 수리가 필요한가 확인해야 한다.
건물이 고장나면 눌렀을 때 공구 모양의 버튼이 별도로 뜬다.
계절이 바뀌면서 곱게 단풍이 든다.
안내 말풍선의 말로는 계절이 바뀌면 밭에서 수확하는 작물도 바뀐다고 한다.
그런데 저게 영국 날씨인 건지, 내가 생각하는 사계절이 아니다.
여름일 때는 강풍이 불다가 지금은 가을인데 수시때때로 소나기가 내린다.
겨울에는 눈이 올지도 모르겠다.
맵은 배산임수에 숲 두개, 능선 둘, 언덕 둘, 곶 둘, 만 하나 쯤 된다.
처음 꼬꼬마 단계에서는 안개가 자욱해서 보이지 않다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안개가 걷히면서 바다가 드러난다.
전체 영역은 좁아보일지도 모르지만 플레이해보면 매우 넓다.
왜냐하면 건물이 차지하는 블록도 상당히 작고, 부지를 사용하고 싶으면 직접 벌목을 해서 개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은 나무 한 그루는 몇 분 안 걸리지만 군락이 커질수록 오래 걸린다.
제일 큰 블록은 이틀이었다.
여러 명을 할당해서 시간을 줄이지도 못하다.
또한 개간을 하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도끼라는 아이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날을 갈 수 있는 숫돌이 한정된 아이템이라서 아껴써야 한다.
벌목하다가 중간에 취소하면서 낭비한 숫돌들이 정말 아깝다.
전반적으로 플레이를 하면서 Eden은 제작진이 야외활동 및 야생 서바이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가 아주 진하게 녹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은 협동과 공동체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캐릭터들한테 뭐 하나 시켜보기만 해도 나타난다.
혼자서 하면 한 시간 걸리는 벌목이 다섯명이서 하면 1분 걸린다.
레벨이 높아지면 1분도 안 걸린다.
그렇게 되니 하나씩 따로 지정하기보다는 다른 캐릭터가 일을 끝내길 기다리면서 캐릭터가 쉬도록 두었다가 다같이 일을 하게 된다.
그게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
또 날씨가 안 좋아지면 공동체의 안정을 위해서 모닥불로 사람들을 호출하라고 권장하기도 한다.
모두가 함께 모여서 악재를 이겨내야 한다는 거다.
물론 씹고 일을 시켜도 된다.
캐릭터들이 이런저런 잡담을 하는데, 그걸 잘 찾아 읽어주기만 해도 경험치를 준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직접 생산행위를 해보는 걸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캐릭터들이 하는 잡담은 전부 건설적이다.
이런 경험이 신기하고, 자연이 너무 깨끗해서 좋고, 몸을 써서 만드는 게 즐겁고 먼저 나서서 일하고 싶다고 한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일꾼들이 아닌가.
나는 이렇게 깨알같이 이것저것 만들어서 마을 굴리는 게임을 좋아한다.
그래서 열심히 하고는 있다.
문제는 버그가 상당해서 의지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킨다.
일단은 태스크와 스테이터스 간의 극도의 괴리.
태스크를 보면 사람들이 배를 곯았으니 어떤 음식을 만들어달라는 요구 등이 나오는데, 그게 음식을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음식을 만들수는 있지만 직접 사용해서 처리할 수는 없다.
모닥불이 던져주는 태스크도 이상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나오긴 하지만 거진 셋 중 하나는 밸런스 붕괴가 심각한 태스크다.
레벨을 몇십 단계를 높이고 자원을 때려부어서 업그레이드한 창고의 맥스 인벤토리가 삼백 몇 칸인데 물을 200개 만들어 오라는 식이다.
그리고 내 레벨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아무거나 막 던지기도 한다.
적당히 할 수 있는 걸 줘야지, 할 수 없는 태스크를 주면 슬프다가 좌절스럽다가 빡친다.
그리고 캐릭터 동작의 오류가 엄청나다.
인구나 건물 등이 적을 때에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레벨이 높아지니까 그건 귀여운 거였다.
어떠한 행동을 수행하도록 지정하면 캐릭터들이 모닥불에서 꼬물꼬물 달려가서 지정된 모션을 취하면서 자원을 구한다.
수확이 끝나면 창고로 가서 그것을 쌓고 모닥불로 돌아온다.
그래야 하는데.
세번에 한번 꼴로 행동을 지정하면 이동이 전혀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수확 모션이 들어간다.
그렇게 두면 창고에 물건 쌓으러도 가지 않는다.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끄고 재실행해야 한다.
특히나 채집할 때 정말 심각하다.
체크포인트인 모닥불에서 일정 거리 이상 넘어가거나 중간에 오브젝트가 많을 경우 가야한다는 사실을 인식을 못한다.
이 경우에는 껐다 켰을 때 아예 수행 명령을 인식을 못했기 때문에 또 다시 명령해야 하는데 그러면 다시 모션 오류가 나서 도돌이를 찍기도 한다.
재실행해도 소용 없을 때는 캐시 코인으로 태스크를 강제진행 시켜야 하는데 매우 아깝다.
아이콘 오류도 심각하다.
나머지는 찍기라도 하지, 밭은 진짜 답없다.
내가 만들어 경작할 수 있다는 밭은 종류가 네 개나 되는데 아이콘이 똑같다.
그래서 의아하지만 일단 감자가 필요해서 감자를 심었더니 콩이 나왔다.
뭐지…?
랜덤 뽑기 하는 느낌이다.
자잘하게 엄청나게 많지만 나는 저 두 사항이 가장 답답해서 다른 건 사소하게 느껴지더라.
또 생각나는 건 플레이어 커뮤니티의 부재?
구글에 쳐봤는데 못 찾겠다.
동명의 다른 것들이 너무 많다.
내가 몸소 체험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직도 콜리플라워와 당근은 몇 단계에서 수확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급해서 캐시에 대한 욕망이 자꾸 끓어오른다.
묘한 중독성 때문에 내 시간을 갈아넣어서 열심히 하고 있다.
끝장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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