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151006 한국외대에서 한번 들어보면 좋은 강좌

이미 학기가 시작해서 중간고사 기간이 다 되어가니 소용이 없지만, 외대에 왔으면 한번쯤 들어보면 좋은 수업이 있다.
이 언어 수업! 그건 아니다.
외대에 오면 기본으로 2개를 듣기는 해야 졸업이 가능한데 그건 따로 추천 안 해도 알아서 다 한다.
하지만 이 과목은 진짜 존재를 안다는 자체만으로도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2~3년은 앞서나가는 사고를 하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수업은 특별교양에 개설되어 있는 데니스 모건 교수님의 미래학개론이다.
이게 원어강의라 당장 강의계획표에서 턱 하고 걸려서 듣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미래학이라는 점점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발맞춰나가기 위해서 관심을 두어야 하는 과목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라고 하면 해리포터에서 트릴로니 교수가 찻잔 바닥에 깔린 찻잎을 보고 해리가 죽을 거라고 예언하는 게 먼저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고 통계 등 과학적 증거를 근거로 한 동향 변화에 대한 치밀한 예측에 더 가깝다.
비록 자주 틀려서 믿음직하지는 못하지만 기상청에서 기상예측을 하듯이, 인간사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지켜보는 거다.


내 생각에 미래학은 그냥 인간사 전반을 아우르는 과하게 포괄적인 학문이다.
너무 넓고 다양해서, 이게 미래학에 들어가는지조차 분간도 못하는 거다.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거인들이 말하는 사회가 흘러갈 방향, 트렌드도 전부 미래학이다.
나는 기껏 서울에 와놓고도 항상 놀러간다고 나가면 광화문 교보문고로 가는데, 입구로 들어가면 트렌드 코리아, 유엔미래보고서, 경제 역학 변화, 기술 동향 등에 대한 책이 입구에서부터 반대편 벽까지 한없이 이어진다.
우리는 그런 책을 찾아보면서도 이러한 이야기들이 어쩌면 전부 미래학의 부분집합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내가 미래학개론을 들었을 때는 학교에서 교수님이 미래학개론을 처음 개설한 학기였다.
나는 이 수업에 청강을 했는데, 하필이면 또 교생을 나가야 하는 학기라서 재미있을만한 학생들의 케이스 스터디 프레젠테이션은 하나도 못 듣고 앞에 나오는 원론 부분만 들었다.
그 원론도 교재가 완전 방법론적으로 미래학에서 사용하는 예측의 원리를 다루는 부분이 더 많아서 통계 나오고 과학적 방법 이야기 나오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진성 인문계는 넋이 나간다.
그나마 좀 이해되고 재미있었던 부분은 1984, 프랑켄슈타인, 멋진 신세계 등의 텍스트의 미래학적 가치에 대해서 논하는 부분...?


교재만 보면 너무 빡세게 생겨서 내가 이 수업을 과연 들을 수 있을지, 듣고 나면 내 머릿속에 얼마나 뭐가 남을 것인가 진지하게 의심하게 된다.
이 수업을 듣고 남는 건 마케팅원론 수업을 듣고 4P와 SWOT 분석에 대해서 외워 남는 그런 기계적 지식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이 남는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빠르게 발맞춰 나가고 더 나아가 미래를 앞서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닫기 때문에, 미래의 변화에 대해 좀 더 예민하게 주목하게 된다.
이 과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만 된다면, 수업 내용이 아니라 변화라는 현상 자체에 순수하게 압도된다.
수업은 재미없는데 학문 자체는 정말 흥미롭다고 할까.


혹시나 여기까지 흘러들어와서 이걸 읽고 수업을 듣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에 이 수업에 딱 어울리는 명대사가 나온다.
"You mustn't be afraid to dream a little bigger, darling."
딱 이거다.

첫 학기에 개설되었을 때는 영어를 잘하는 국제학부 아이들이 거의 많았는데, 처음 수업을 들을 때만 해도 이미 나온지 10년이 되어가는 G2 국가 역학의 변화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미래의 동량들이 참 스케일이 쩨쩨한 게, 옛날에 공자 왈 맹자 왈 가르칠 때도 백년지대계 스케일로 생각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이미 시작된 이야기 아니었나...?
그냥 머릿속으로 '이게 무슨 뜬구름잡는 생각을 하고 있지ㅎ'하게 되는 찰나의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학술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수업이다.
내가 생각할 수 있다는 건 다른 사람도 그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거고, 그렇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진지하게 연구하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는 거다.
풍선 띄워서 와이파이 깐다는 세상에ㅋㅋㅋ


어려울지는 몰라도, 이런 과목이 진짜 세계를 바라본다는 외대의 진면목이다.
애초에 국내에 학과가 없어서 진지하게 전공하고 싶으면 유학을 가야 하고, 강좌도 찾기 힘든 과목이 눈앞에 떡하니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맛보면 좋다고 생각한다.
외대에 왔으면 세계가 어떨지를 보고 가야지.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151229 중세 국어 지원 글꼴

무슨 전문가라서 쓰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정확도가 매우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내 전공은 영어인데 이상하게 주변 사람을 떠올려 보면 국어교육을 전공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컴퓨터로 정리한 노트 등을 한번씩 구경하는데, 보노라니 폰트가 나의 눈을 심히 괴롭게 하였다. 처음에는 왜 안 예쁜 폰트를 쓰는가 했는데, 이 단계에서 공부할 때는 세종대왕께오서 처음으로 한글을 창제하셨을 적부터 공부하니까 단어가 아주 스펙타클했다. 그 뒤로 감탄만 하다가, 필요한 일이 생겨서 한글과컴퓨터에서 지원하는 폰트를 슬쩍 정주행했다.

160610 EdX 강의 수강 후기

EdX 강의 수강 후기 2013년부터 수많은 MOOC 커뮤니티에 잠수를 타고 다녔다. 그러다가 올해에는 각심하고 드디어 강의를 끝내는데 성공했다. 사실 CS50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한 주가 다르게 난이도가 급상승하는데 따라가기 너무 힘들어서 HTML로 갈아탔다. 그리고 정말로 끝내는데 성공했다! 내가 끝낸 강의는 Project101x와 W3C의 X Series 강의 HTML5.0x다. 두 강의를 완강하는데 성공하면서 MOOC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었다.

[Lifeline] 시작이라고 쳐놓고 글 쓰면서 하다가 끝남

(출처: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지금, 롸잇 나우 금주의 무료 앱으로 뿌려주고 있다. 게임 몇 개 안 해 봤지만, 그 중에서 가장 신기한 형태의 게임이 아닐까 한다. 되게 웃긴데,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던 스마트워치가 가지고 싶게 만드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