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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01 16GB 기기에 대하여

이번에 애플에서 아이폰 6 라인을 출시하면서 32GB를 없앴던 걸로 기억한다.
클라우드 저장소의 도입으로 실제 저장하는 데에는 용량이 얼마 들지 않고~ 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결국 16GB는 저가형 보급기종에나 남고 결국에는 32GB로 상향평준화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플로피 디스켓을 보면서 "저게 명함인가여 부채인가여," 하는 꼬꼬마 아가야들은 손에 들고다니는 폰이 터치가 아닌 적이 없었을 테니 아예 기억이 부재하겠지만, 지금 대학교 다니는 나이의 학생들은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니라 디지털 이미그런트로 피처폰을 제대로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아가야들은 광화문 광장 옆에 엄마손 잡고 놀러가면 볼 수 있다.
KT가 참 광복 70주년 기념 기획 끝내주게 했다.
옛날 근현대사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고종시절부터 시작해서 국가의 통신의 큰 대들보를 짊어진 큰형님 이미지를 선보이면서도,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친근한 방식으로 그 이미지를 제시하는 괜찮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나게 거창한 전시도 아닌데, 한바퀴 돌고 나서 너무 재미져서 KT가맨날내전화로텔레마케팅을지독스레걸어서KT텔레마케팅이라고후스콜에뜨기만하면혈압이올라서내폰인데도박살을내고싶게만들지만다 보고 나니 절로 KT에 대한 이미지가 확 좋아지는 전시였다.


어쨌든 스마트폰 도래 이전과 이후의 차이가 극명하다.
하드웨어 자체 제작에 필요한 기술도 그렇고, 통신기술이 진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 결과, 요새는 인터넷이 연결된 곳에서는 바로바로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으니 하드드라이브를 직접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그런 변화 양상의 연장선상이라는 명목 하에, 애플은 아이폰 6 출시 때 아예 32GB를 없애고 16GB와 64GB로 기종을 나누어 출시했다.
하지만 16GB는 참 타이트한 용량이다.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에 올라가있는 OS가 상당한 용량을 먹고 들어간다.
이 부분은 손을 대지도 못한다.
거기다가 시스템 백업 및 복원을 대비하여 예약 용량이 있으면 거기다 몇 기가 더 먹고 들어간다.

그 다음, 제조사 기본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하드웨어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제조사 다 자체 어플을 올린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사 기본 어플이 다 올라가있고, 기계 제조사 기본 어플도 있고, OS 개발사 기본 어플도 있다.
이것도 다 합치면 최소 몇백 메가 나온다.
심지어 양심도 없어서 삭제가 안 되는 건 기본이고, 비사용으로 전환도 못하는 것들이 태반이다.
탈옥에 대한 욕망이 들끓어오르게 하는 주 원인 중 하나다.

이제 저렇게 올라간 불필요한 어플리케이션 외에 휴대전화로써의 근본 목적 등을 수행하는 필수 어플리케이션들도 있다.
통화, 주소록, 인터넷, 이런 것들.

이렇게 다 합치고 나면 한 10GB 남나...?
그 10GB 내에서 파일과 어플리케이션들을 잘 굴려야 한다.


문제는, 스마트폰을 "나는 개인간의 연락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걸맞게 활용하오~" 하는 유형이 아닌 이상에야 항상 부족하게 되어 있다.
여기서 애플의 제품기획력에 참 감탄한다.
저 먼 옛날 어느 책 구석에서 보았던 소주 1병이 정량으로 7잔 나오는 이유랑 똑같은 이유일 거다.

기계가 발전하는 양상에 대해서 잠깐 얘기했었다.
내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게 목적인 블로그라 잠깐 샌 것도 있지만, 관련이 있기도 하다.

처음으로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는 16GB가 다 뭐냐, 8GB만 되어도 훌륭하게 첨단 기술의 선두를 달려나가는 얼리아답터였다.
그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요즘은 아주 문제가 많다.
그건 다 기업과 기술자들이 잘 나서 그런 거다.
진짜 본인들이 너무 잘 해서 그렇다.
내 생각엔, 16GB를 탑재했을 때 문제를 초래하는 이유는 기술 발달 그 자체다.


첫 번째로는, 컴퓨팅 파워의 상승과 프로그래밍 기술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
더 작은 기계에서, 더 많은 연산을 할 수 있다.
그러면 할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래머들은 연산 장치가 감당할 수 있으니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든다.
그렇게 신나서 만드는 어플리케이션들은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만큼, 용량도 더 크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기왕이면 예쁘고 좋은 거 깔아서 써보고 싶고 그렇지.
그러면 용량 한 뭉터기 나가는 거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 모뉴먼트 밸리랑 길건너친구들이다.
각자 최소 200MB는 먹고 들어가준다.
예쁘면 크다.
신난다:D


두 번째는, 어쩔 수 없는 콘텐츠 캐시다.
내가 기기에서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 파일을 그때그때 받아 본다 치자.
하지만, 내가 진짜 기기에서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그 순간에는, 보고 바로 버린다 치더라도 콘텐츠가 온전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야 볼 수 있는 거다.
그 중에서도 자주 보는 건 쌓이고 그렇겠지.
클라우드 저장소를 사용하면 되니 용량이 그렇게 클 필요 없다는 건 모호한 말이다.
전달된 패킷이 머물러 갈 자리는 있어야 하는 거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캐시들이, 티끌모아 태산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돌덩어리들이 굴러오는 경우도 있다.
아유, 안 그래도 보는 프로그램 자체도 용량이 큰데 봐야 할 파일도 크다.
요새 미디어 기술도 좋아서 무손실 음원, UHD 영상 이런 게 나오니까.
라이브 스트리밍을 이용하면 저런 캐시 부담이 줄어든다.
그래서 또 기업들이 그렇게 스트리밍을 밀어준다.
구독제가 대부분이라 정기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용량 문제도 해결되고.

하지만 것도 인터넷에 조금만 문제 생기면 버벅이는데 거슬린다.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 인프라 하나는 제일간다는 우리나라에 사는데 그렇다.
그 외에 타블렛 등의 경우에는 실제로 와이파이가 없는 곳에 가면 끈 떨어진 연 신세니까 오프라인 캐시가 상당히 유용하다.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한두 개씩 쌓이기 시작하면 이것도 용량을 한 뭉터기로 뜯어간다.
엎친 데 덮친다고, 이게 캐시 데이터를 SD카드로 이동하는 게 불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이 있거나, 요즘 트렌드처럼 SD슬롯이 없는 기기면 애로사항이 크게 발생한다.


세 번째는, 깨알 같은 업데이트다.
세상에 완벽한 게 없기도 하고, 세상에 유일하게 일관된 건 변화라서 계속 그에 발맞추어 업데이트를 한다.
기존의 불완전한 요소를 대체하기도 하고, 요놈 참 기똥차다 싶어서 추가해주는 것도 있다.
조금씩 조금씩 쌓이면 이것도 티끌모아 태산이다.

이 문제는 저 먼 고대로부터 도서관이 가지는 고질적인 문제와도 일맥상통한다.
반드시 쌓여야 하는 최소한의 데이터가 있는데, 걔가 자리를 차지하는 게 정말 짜증나지만, 그 어느 곳으로도 치울 수가 없다.
자리는 한계가 있는데, 뒤로 들어올 애들이 한가득이다.
걔들 자리도 비워놓아야 하는데, 진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뒤에 들어올 애들이 필요없는 애들도 아니어서 받기는 받아야 하고.
정말 사람을 좌절하게 하는 도돌이 현상이다.




저런 용량부족이라는 고난을 거치고 나면, 16GB와 64GB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꼭 바지 허리가 33인데 32랑 34밖에 안 나오는 옷을 들고 고민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새로 옷도 사는데, 조금만 살 빼면 32 깔끔하게 입을 수 있을 거고 34는 또 너무 크니까, 32를 사는 거다.
그러고 성공하면 괜찮지만 성공하지 못하면 보면서 그 회사만 왜 이따위로 나에게 시련을 내리나 원망하겠지.
그래서 32GB 제품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 네?
32GB짜리 써도 간신히 7GB 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ㅠㅠㅠ


이런 생각을 거치고 나서 나는 훌륭하게 기업이 의도했던 대로 더 비싸지만 대용량의 기계를 사고 싶어졌다 젠장.
16GB짜리 살 때는 진짜 나도 내가 이걸 이렇게 헤비하게 쓸 줄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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