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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ver I Go, OneRepublic

유튜브의 추천영상이 나를 OneRepublic의 새 노래  Wherever I go로 인도했다.
OneRepublic의 노래 중에 Counting Stars만큼 좋았던 게 없어서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한글이 떠서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끝까지 보았다.




이 영상은 (설정 상으로는) 우리나라 사람으로 추정되는 회사원이 단조롭고 가라앉은 일상 속에서 같은 엘리베이터에 탄 아가씨를 보며 상상하는 일탈이다.
개인적으로 상상이 시작되어서 춤을 추기 시작하는 부분까지는 전에 봤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연상되어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봤다.
벤 스틸러가 나왔던 그 영화에서는 망상만 하다가 실제로 삶의 변화를 찾았던 게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상을 다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역시 할리우드, 우리말 좀 바르고 해도 결국 오리엔탈리즘적인 선입관이 빠지지를 못하는구나. 조사해보기는 하나,' 였다.
앞에 자막 나오고 분위기 형성을 위해 인서트로 넣은 전경에 한국 건물이 나오고 해도, 아는 사람이 보면 여긴 그냥 일본이라는 생각이 들 거다.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 책상 위에 뛰어올라가서 춤을 출 때 복고양이 치우는 걸 보니 아주 확정이다.
자갈치는 맛있지만 그걸로 우리나라 분위기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아니면 아시아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으로 그냥 생각나는 이미지를 다 붙인 걸까?
그거면 더 기분 나쁜데.


원리퍼블릭이 직접 나와서 연주하는 컷은 좀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보컬의 얼굴이 지하철에 붙어있는 버드와이저 광고에 이용된 걸 보니, 주인공의 무의식이 그 얼굴을 일탈과 휴식의 상징적 얼굴로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살짝은 있지만 그리 당연한지는 모르겠다.
밴드가 연주하는 세트는 아르데코 느낌은 좋은데, 나중에 이어질 사무실의 일탈 장면의 팝아트의 향연과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와도 크게 이어지는 거 같지는 않아서 영 그랬다.
흔한 연출이긴 하더라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직후에서 이어지든지 사무실 동료와의 댄스배틀에서 이기고 나서 아예 벽이 통째로 열리고 주크박스처럼 나오든가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제일 거슬리는 건 중간에서 주인공의 충동적 상상으로 사무실의 한 아가씨 상의가 사라지는 장면이었다.
차라리 그 장면이 없었으면 좀 징그럽긴 해도 주인공이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한 아가씨를 좋아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장면이 들어가니까 여자한테 껄떡거리는 게 주인공이 상상하는 일탈인가 하는 생각이 아주 진하게 들더라.
거기다가 발표 날짜도 기똥차게 나오면서, 머릿속에서 뉴스 기사의 맥락과 겹치고 점점 느낌이 안 좋아졌다.
한 번 나쁘기 시작하니까 영상 속에서 남자들은 그렇게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고리타분한 스타일에 핏 안 맞는 양복 같은 거나 입고 있는데 여자들은 딱 붙는 짧은 치마를 입었다는 것까지 짜증났다.
여자들이 출근할 때는 모조리 예쁜 치마를 입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현실이 그렇다는 건가 싶어서 언짢고.


아, 현대 사회와 일상은 무채색으로 설정하고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일상은 색채가 폭발하는 곳이었다는 대조는 흔해도 좋았는데.
노래도 괜찮고.
가사에서 어디를 가든 ‘너’를 찾는데, 그 대상이 이상형일 수 있지만 좀 더 포괄적으로 해석하면 꿈꾸는 삶을 의인화한 것처럼 표현할 수도 있는 중의적 가사라서 참 좋았는데.
인생은 타이밍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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