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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zart L'Opera Rock, 2016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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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프랑스에서 할 시절부터 앓았던 뮤지컬.
상당히 시간이 지나기도 했고 노래를 하도 들어서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한한다는 사실을 알고 한참 고민했는데 마침 취미 맞는 친구가 뽐뿌를 넣어줘서 같이 갔다.
정말 표값이 아깝지 않게 잘 봤다.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는 왜 옛날에 무대에 올릴 때는 모차르트 락 오페라라고 잘 올리고 이번에는 아마데우스인가, 포스터도 왜 영화 아마데우스 같이 해놓았나, 싶었다.
줄거리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판단이기는 하다.

자막을 보기 싫어서 줄거리는 최대한 숙지하고 갔다.
내용을 알고 가기를 잘했다 싶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봤는데, 좌석 등받이마다 달려있는 작은 광고용 스크린에 빼곡하게 자막을 띄워주더라.
앞쪽이라 앞에 몇 줄 없는 좌석에 앉아서 봐도 스크린이 너무 밝아서 눈 따갑고 신경쓰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층에서 보면 1층의 모든 사람들이 핸드폰 꺼내들고 딴짓하는 비주얼이 아닐까 했는데 오히려 위에서 보면 그 정도는 아니더라.


본 극이 시작하기 전, 무대에는 로코코풍의 그림이 영사된다.
미술 교과서에서 봤던 거 같은데,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에 나오는 여인이다.

Fragonard, The Swing.jpg
(출처: Wikipedia)

이 그림은 화사한듯 하면서도 어두운 게 끈적하게 묻어나는 느낌을 준다.
모차르트 락 오페라라는 뮤지컬도, 요란하고 화려한듯 보이다가도 죄책감, 비참과 열등감이 꾸준하게 이어진다.
그래서 뮤지컬을 다 보고 나서야 첫 그림을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나 사진 같은 걸 보면 뮤지컬이 화려할 거 같았는데, 생각 외로 깔끔하고 현대적이더라.
조금씩 극중극 형태로 진행되는 부분이 있어서 뒷부분 공간의 활용이 생각보다 적었고, 무대 내의 오브젝트 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고 영사나 영상으로 많이 처리하고 있었다.
작중의 감정선 등도 의인화처럼 무용수들이 표현을 해서 영상으로는 화면이 가득한 느낌이 받는데 실제로는 별로 없었다.
심지어 몇몇 부분은 오브젝트여야 할 거 같은데도 사람으로 처리할 때가 있었다.


조명도 멋지게 활용하는데, 나는 특히 콘스탄체하고 알로이시아가 부르는 〈Six pieds sous terre〉이라는 넘버에서의 조명 처리가 좋았다.
자매가 무대 양 끝에서 부르는데 엄청 예각으로 조명을 때리니까, 노래 부르는 사람 뒤로 상대방의 그림자가 드리워서 움직이는 게 의미심장했다.
그 외에는 〈L'assasymphonie〉의 마지막에서 조명을 다각도에서 빠른 속도로 번갈아가며 비추니까 무용수들의 그림자가 유령이 죄여오는 것처럼 바뀌는데 그 부분도 멋진 표현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보고 나서 로랑 방한테 직격당해서 아예 라디오에 나와서 부르는 이 영상만 주구장창 들었다.
옛날에 노트르담에 나오거나 그냥 다른 노래 부르는 걸 들었을 때도 잘 넘겼는데 이 때 치일 줄 몰랐다.
고음 매끄럽게 올라갈 때도 가벼운 접촉사고 정도로 금방 회복했는데 저음에서 후진해서 확인사살하고 가더라.
많이 올라가는 줄은 알았는데 저렇게 안정적으로 저음까지 내려갈 수 있는 줄은 몰랐다.

그래서인지 원년 캐스팅의 플로랑 모스는 ‘락 오페라’라는 말에서 락에 방점을 찍고 부르는 느낌이라면 로랑 방은 오페라에 조금 더 비중을 주고 부르는 느낌이더라.
개인적으로 플로랑 모스는 열등감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고 로랑 방이 부르는 건 당당한 것처럼 굴면서도 불안감이 깨진 틈으로 새어나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후에 로랑 방에 치여서 이 뮤지컬을 2번을 더 보았는데, 다시 볼 때마다 세바스티앙 아지우스가 살리에리로 올라오더라?
사실 세바스티앙 아지우스를 처음 봤을 때는 전체적으로 완전 가라앉아서 다른 극 보는 느낌이라 좀 실망했다.
그런데 다음에 다시 보니까 애써 노력하는데 뜻대로 안 되어도 자존심은 지키려하는 그런 담백한 느낌이 묻어나더라.
내가 원하던 캐스팅이 아니어서 실망했던 건지, 저 날 가수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건지, 아니면 실제로 하루이틀 사이에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괴물 타입인 건지는 알 수가 없다.
솔직히 첫번째 이유도 영향이 꽤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정말 예상도 못했는데 치인 배우는 미켈란젤로 로콩테였다.
잘 하는 걸 이미 아니까 예상치가 너무 높아서 안 치일 줄 알았는데, 1막 마지막 곡인 〈Je Dors sur des Roses〉에서 거하게 치였다.
앞부분에서 방방 뛰어다니는 모차르트가 진짜 어딘가 제대로 박살이 났구나 하는 게 확 느껴지도록 강렬한 곡이었다.
그 뒤로 살짝 회로 나간 느낌도 잘 살리고.
영상에서도 잘 부르는데 실제로는 더 끝내준다.
이 곡 들으면서 PR로 뿌리는 영상이나 공식 앨범 아무리 들어봤자 진짜배기하고는 비할 데가 못된다는 생각을 제대로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기획사 측에 좀 빡쳤다.
이렇게 자주 바뀌면서 원캐스트라고 커다랗게 써놓고 밑에 조그맣게 제작사나 배우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써놓은 다음에 캐스트가 바뀌어도 공지도 안 해준다.
바뀌었으면 하다못해 하루 전에는 어디 써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원캐스트에 변동 사항 공지가 없어서 보러 갔다가 당일날 표 찾으러 가서 캐스트 바뀌었다고 붙여놓기만 하고.
모든 예술가의 마음 속 이상향처럼, 작품 자체의 가치를 보고 극을 순수하게 즐기러 올 수도 있지만 난 아니니까 마음의 준비 할 시간 좀 줬으면.


소소하게 다른 사람들 넘버는 안 그러는데 로랑 방은 중간에 우리말로 불러주는 부분이 꽤 있었다.
신기해서 친구한테 들려줬는데, 레퀴엠이라는 단어 밖에 못 알아들었다 그래서 놀랐다.
“야, 중간에 우리말로 부르잖아 왜 그거 밖에 못 알아들어…? 그래서 들려줬는데…?” 하니까 으레 외국어라서 익숙한 말이 들려도 자체소거 했다고ㅋㅋ

우리말로 부르는 영상을 시간별로 따라가보니까, 외국어사용자의 한국어 발음 개선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ㅏ를 위시한 모음이나 ㅎ 발음 안 하는 버릇 등이 점점 개선되는 게 들려서 좀 웃겼다.



항상 유튜브 영상으로 뮤지컬 내용만 어떻게 보다가 실제로 보니 정말 생동감 넘치는 경험이었다.
왜 회전문 돈다고 하는지 직격으로 이해했다.
뮤지컬은 한 회차마다 노래 부르는 방식도 미묘하게 다르고 분위기도 달라서, 볼수록 빠져들게 되는 현장감이 진정한 매력요소였다.
내년에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단은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이나 보면서 아더왕의 전설이나 기다릴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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