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물은 잘 보지 않는다. 그래서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디즈니 채널에서 하이스쿨 뮤지컬을 수시때때로 돌려줬건만 봐도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을 때 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학교물이 두 개 있다. 하나는 2006년작 억셉티드이고, 하나는 2009년에 나온 시리즈 커뮤니티이다. 억셉티드의 사우스 하몬 기술대학교와 커뮤니티의 그린데일 커뮤니티 칼리지는 자잘한 공통점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개설과목이 개판이라는 거다. 전자는 학생들이 뭘 모르고 돈을 내놨지만 교육과정이 없으니 이렇게 된 김에 애들이 배우고 싶은 과목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온갖 과목을 개설한다. 관음증, 무신론, 넋빼기 등등. 후자는 드라마가 시작하는 시점 전부터 총체적 난국이었다. 멀쩡한 과목도 있지만 방영된 에피소드 상에는 아무래도 개판인 과목이 더 많다.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 줘야 A를 준다든가 놀고먹고 뻘영상 보면서 공으로 A를 뿌리는 과목도 있고 왜 개설 허가가 났는지 모를 땅따먹기나 사다리학 같은 수업이 있다. 그런데 사우스 하몬의 수업은 기상천외하더라도 학생들이 원해서 생긴 과목이고, 그린데일은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만든 과목이다. 그걸 보면서 MOOC 생각이 난 게, 물론 저 두 학교에 개설된 과목에 비하면 미안할 정도로 훌륭한 퀄리티지만 과목 개설 기준을 종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는 정말 좋은 강좌인데, 과목 간 연계성이 많이 떨어진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 마케팅개론 수업을 하나 찾아서 들었는데, 그걸 듣고 나서 갈 곳이 없었다. 요즘은 시리즈 강의가 많이 기획되면서 나아졌지만, 여전히 커다란 교양대학 같다. 또 한번씩 보면 엄청나게 지엽적인 과목도 있었다. 제목도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있고, 상어의 생물다양성과 구조, 그리고 보존 그런 과목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강의 개설에 있어서 어떤 기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강의가 고안돼서 올라오는지 궁금하다. 그냥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것인가, 아니면 중추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