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Movieweb) |
[※1 이 아래로는 어이를 잃은 한 영화 관람객의 의식의 흐름에 따른 두서없는 글과 아무 배려도 없는 스포일러를 계속해서 쓸 예정입니다.]
[※2 당장 해당 영화를 떠나서 머리에 비교 대상으로 떠오르는 모든 것들에 대한 스포일러도 있을 예정이고 SNS 떠돌다가 지나가면서 봐서 정확한지 기억도 안 나고 출처도 모르겠는 이야기와 비전문가의 편견 어린 푸념도 나올 것이니 굳이 이런 문장으로 내용을 최대한 밀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은 분들만 계속 가시기 바랍니다.]
별로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SNS를 지나가다 본 리뷰 스크린샷에서 "곱뻬기를 먹었는데 설사한 느낌"이라는 가차없고 무지막지한 리뷰도 보았다.
하지만 어차피 오늘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 반값으로 할인해주니 그냥 봐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용기있게 도전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싶다.
친구가 언젠가 준 틴캔에 티켓이 생기면 종류에 관계없이 그냥 그 곳에 모아두는데, 시간이 지나서 언젠가 그 통을 열어 표를 한 장씩 넘기다 이 표를 보게 되면, 가장 돈이 아깝다고 느끼게 될 그런 표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참고로 저 통에는 좋아하는 외국 배우가 녹음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취향도 아니고 망할 거 같은 영화를 예매했지만 멍청하게 더빙인줄 모르고 들어갔던 영화표도 있고, 연령 제한으로 따지면 무료 입장이 가능한데도 입장료 안내 간판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아서 돈 내고 들어간 고궁 입장표도 있다.
그 정도였다.
오늘 영화관에서 배트맨 대 수퍼맨 관련으로 봤던 컨텐츠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터키 항공 광고였다.
영화 전 광고인데 그 날 보게 될 영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 센스 있게 존재하지도 않는 도시 고담을 소재로 삼으면서 더 위트있게 보았다.
소소하게 이 영화가 너무 불친절해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 광고를 생각해보니 이 광고에서 영화 내에서 보여주어야 했던 배트맨과 고담의 상황을 대신 보여주려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음모론식 망상도 든다.
이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보며 처음 든 생각은 욕심이 뚝뚝 떨어진다는 생각이었다.
줄거리와 소재 압축도가 워우, 마블이 대략 아이언맨이 개봉된 2008년부터 시간과 인내심을 투자해서 인고로 쌓아올린 진도를 한 큐에 따라잡고 싶었다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래서 나와서 내용을 곱씹을수록 언짢아졌는데, 그 첫번째는 이 영화의 답없는 불친절함이었다.
뭐, 이것저것 열심히 노력을 했지는 모르지만 나 같이 그냥 맨땅에 헤딩하는 마냥 영화보러 다니는 케이스한테는 소용없었다.
요즘은 워낙 서브컬처로 분류되는 만화가 인기를 끌고 있고, 이전에 DC의 히어로들을 소재로 한 영화가 없었던 게 아니니, 그렇게까지 비약은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위한 준비는 전혀 없었다고 본다.
일단 맨 오브 스틸은 저스티스 리그라는 더 큰 설계도를 보고 만든 영화가 아니었다.
배트맨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3부작을 찍으면서 드물게 3부까지 완결을 딱 본 영화고 흥행 성적도 매우 괜찮았지만 그 완결성이 너무 진해서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영화와 이 영화가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 이전 90년대에 마이클 키튼부터 시작해서 나왔던 네 편의 배트맨 영화가 이번 JLA 밑밥 영화랑 이어지나 하면 것도 아니다.
그 네 편은 이미 조지 클루니를 마지막으로 한번 가사 상태에 들었다 간신히 의식을 건진 거다.
아예 주연 배우가 대놓고 내가 그 프랜차이즈를 죽였소, 하고 고백하고 다닐 정도인데.
원더우먼은 뭐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영화 한편 내에 최대한 배경 설명을 많이 깔아야 했다.
그래서 수퍼맨이랑 배트맨이랑 싸운다고 그렇게 대대적으로 광고를 해놓고 정작 그 둘이 싸우러 가는 데까지 영화 시간 한 시간은 잡아 먹은 거다.
심지어 어디서 바로 이어지고 그런 상황이 아니라 배트맨과 수퍼맨이 이전작의 시점에서 세월이 지났다는 상황인데 그 사이 이야기는 해주지도 않았고, 해줬다면 그 언급이 너무 하찮아서 할 말이 없다.
이 영화가 얼마나 잘라먹었는지 마블로 비유했을 때, 아이언맨이 두 편 나오고 캡틴 아메리카 한 편 나오고 토르 한 편 나와서 오리진 설명 다 해주고, 이스터 에그 영상과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계획 발표로 힌트를 깔대기로 퍼먹인 다음에 어벤저스 첫 영화로 몇 캐릭터 더 소개해서 이 캐릭터들을 한 팀으로 묶어서 그들이 맞는 첫 위기를 모조리 한 영화에 때려박으려는 시도다.
거의 용감하게까지 느껴진다.
킹덤 오브 헤븐이라고, 손꼽히는 망작/명작이 있다.
왜 망작/명작이냐면, 영화가 원래는 반지의 제왕 감독판 뺨치게 긴 서사로 구성된 세 시간 넘는 영화인데 어른들의 사정으로 50분 정도를 잘려서 그렇다.
그래서 감독판을 보면 십자군 시절의 이야기를 그렇게 감동적으로 풀어냈을 수가 없는데 영화관에서 본 사람들은 그렇게 욕을 했다고 한다.
50분 잘린 영화도 이 모양인데, 영화 서너 편 정도의 설명이 잘린 영화가 어찌…
드라마를 볼 때는 이전 편을 안 보고 중간부터 보기 시작해서 에피소드 설명이 부실하다고 욕할 자격이 없지만, 영화는 애초부터 "이건 시리즈로 나온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어느 정도의 설명이 없으면 욕먹기 마련이다.
물론 DC의 트리니티는 유명하다.
수퍼맨이 스몰빌에 떨어져서 켄트 부부에게 입적되어 자란 크립톤의 외계인이고, 배트맨은 사실 고담의 갑부 브루스 웨인이고, 원더우먼이 아마조네스의 공주 다이애나인 건 DC 만화 안 보는 나도 안다.
그런데 영화 보러 오는 사람들이 전부 코믹스 팬인 것도 아니고, 저러한 특징을 안다고 해서 그 미묘한 성격 형성 과정과 이 캐릭터들의 내적 갈등을 빚게 하는 요소를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나.
그래서 개별 캐릭터를 소개 하는 오리진 영화를 찍어서 코믹스 60년 역사의 양상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돕게 해준다.
특히나, 일반인도 아니고 코믹스의 주인공들은 영웅이다.
영웅이란 그 존재 자체가 모순이다.
배트맨 대 수퍼맨 영화를 보면 렉스 루터의 대사를 통해서 그 부분을 많이 강조를 한다.
영웅을 보면 거의 대부분 아주 인간이 아니거나, 돌연변이나 마법적 능력 등으로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은 메타휴먼, 상위인간들이다.
그런 존재들이 그들끼리 그들만의 규칙으로 살아가면 상관이 없지만 이들이 인간의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게 문제다.
영웅들의 위치는 인간이 절대 다수로 오랜 시간에 걸쳐 발달시킨 사회에서 나타난 이방인이거나, 서로 접접이 없었던 사회 내지는 문명에서 접촉하는, 결국 이방인이다.
가뜩이나 모르는 존재에 대한 경계가 극심한 마당에, 사고조차 비인간적이라면 인간 사회에서는 살 수가 없을 것이다.
아마 그런 케이스가 왓치맨의 닥터 맨해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니 그러한 비인간의 조건을 가지고 인간의 사고를 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영웅들은 고뇌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그래서 신이고 인간인데 거짓 신이고 비인간인 거다.
이에 더해서 영웅들은 강하지만 결국은 절대 다수의 인간들 사이에 고립된 위치를 지니고 있는 비범한 소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다름에서 나오는 다수의 아주 근거가 없지는 않은 불안감과 소수라는 불리함으로 상당한 차별을 경험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다 합하면 작화가 너무 깔끔하고 잘생겨서 그렇지 히어로들 하나하나에 대해서 조금만 생각해보면 물리적 및 심리적 트라우마 없는 종자들을 눈씻고 찾아볼래도 찾기 힘들다.
그런 복잡한 캐릭터들을 때려박아서 두 시간 반을 목표로 잡았다.
정말 용감하다고 생각한 게 이걸 다 보여주려고 노력하더라.
인외자에 대한 인간의 입장, 미지에 대한 공포와 그 합리화, 인간의 힘에 대한 욕망과 힘의 본질, 자경 행위와 관련된 논란, 수퍼맨이라는 인간적 절대선을 상징하는 외계인의 정당성, 사법과 민주주의 절차와 실제 상황 사이의 괴리, 인외자를 대할 인간의 태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상대에 대한 불신, 절대적이거나 우월한 위치에 있는 존재를 대하는 인간 태도의 모순, 능력을 가진 한 개인에게 사회가 응당 그래야 한다고 부가하는 책임 범위의 한계성, 어떠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때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한 개인이 최선을 다했다 말할 수 있는 범위, 다수의 정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 공공성과 개인적 관계 사이의 우선 순위 논의, 희생하는 개인의 일면에 가린 온전한 개인의 상, 위선과 위악의 차이, 선을 이루기 위한 수단의 정당성, 뭐 생각 나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때려 박을 수 있는 건 다 언급하고 가는 느낌?
데드풀하고는 다른 의미로 정신 없었다.
중간고사 벼락치기하는 학생들도 선택과 집중은 안다.
그 다음으로 느껴지는 건 캐릭터들의 애매한 위치이다.
부제로 'Dawn of Justice' 이런 거 붙여서 저스티스 리그 밑밥을 깔려고 시도하지만 중점은 정의의 태동 저런 부차적인 것에 있는 게 아니고 앞부분, 배트맨 대 수퍼맨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둘의 비중이 균등하거나 앞에 있는 배트맨에 비중을 좀 더 주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영화상 면식도 없는 캐릭터 둘이서 싸워야 한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수퍼맨과 조드 장군의 격돌과 그 피해 현장을 바라보는 브루스 웨인이라는 장면으로 그려낸다.
사실 이 부분까지는 괜찮았다.
엔간한 히어로물 보면서 저 모양으로 때려부수면 영웅들이 지구 먼저 파괴해서 인류 멸망할 기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피해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걸 긍정적으로 보았다.
이 때까지는 이렇게까지 내 실망감이 커질 줄 몰랐다.
거기다가 주요 악당들도 모조리 수퍼맨에서 데려와서 수퍼맨이 얼핏 보면 훨씬 비중이 높은듯 하다.
그런데 두 영웅이 서로 간의 오해로 갈등이 점점 깊어져야 싸움 붙일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크립톤의 아들이라고 온 도시를 다 때려부시고 다니는 외계인이 배트맨의 입장에서 얼마나 고까운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중심으로 구심력처럼 다른 캐릭터들을 붙이는 것도 아니고 참 어정쩡했다.
이런 식으로 무게를 잡고 배경음악도 묵직하게 깔아주는데 각각의 소재나 스토리에 투자된 시간 비중이, 길어봤자 그 플롯을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거의 행오버에서 신랑 잃어버리는 얘기 소개해주는 호흡이다.
묵직한 분위기에 몰입하고 싶어도 그럴 시간을 안 준다.
이렇게 플롯이 갈려나가면서 캐릭터들의 입체성도 같이 갈려나갔다.
간판 캐릭터를 강판에 갈아서 모든 입장을 알지 못한 채 편협하게 렉스 루터의 음모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같은 모습은 참 자주 보여주더라.
양 쪽 전부 제 고집만 세기가 황소 같고 로이스 레인이 그렇게 눈치 까고 얘기하려 해도 말도 잘 안 통하고.
그 와중에 악당들도 어떻게 보면 불쌍하다.
렉스 루터는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이 힘의 극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광기라든가 그런 걸 보여주고 교활하게 그림자 속에서 장기말을 조종하면서 상황을 꾸며내는 캐릭터성을 보여주는 거 같았다가 마지막에 예고편의 노예로 쓰이면서 "이미 종은 울렸어! 그분이 오실 거야!" 하는 뜬금없는 자폭으로 앞에서 구축한 캐릭터 특징을 한 큐에 박살내더라.
그리고 둠스데이가 그렇게 별거 아닌 악당이었나?
어벤저스 보면서 울트론 대접도 정말 너무한다고 생각했는데 둠스데이에 비하면 마성의 매력을 지닌 악당을 구축해준듯.
제일 불쌍한 건 배트맨이다.
앞쪽에서는 이용당하면서 그냥 범죄자 레벨까지 내려갔고, 뒷쪽에서는 신들의 격돌 사이에 끼인 새우마냥 부실했다.
배트맨은 히어로들 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몇 안 되는 순수 인간 캐릭터다.
의지로 수많은 상위인간들 사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케이스인데, 평가절하된 느낌?
바로 직전에 같은 프랜차이즈에서 나온 영화가 크리스천 베일 주연의 그 트릴로지였는데.
세번째로는 후속작 및 확장 세계관 홍보에 대한 욕심이 여기저기 자리를 비집고 있었다.
제일 시급한 건 원더우먼 영화 낼 거니까 미리 홍보하겠다고 욕심 터지더라.
사실 원더우먼을 소개하는 과정 자체는 나쁘지 않다.
절정의 대결 부분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쓰려고 꽂아넣는 느낌이긴 하지만, 둠스데이라는 악당 설정이 그럴만 하고 영화 내 합당한 전개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문제는 이 영화는 배트맨 대 수퍼맨이라는 거다.
어벤저스에서 포스터에 박아놓은 블랙 위도우 소개하는 것도 이렇게 열심히 안 했다.
깨알같이 결국 영화 상 진정한 흑막에 대응하면서 셋이 포지션 잡는데 수퍼맨하고 배트맨은 뒤에 짜져있고 원더우먼이 커다랗게 앞에 나와있다.
왜?
결국 배트맨 대 수퍼맨이라는, 거의 시빌워 급으로 거대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줄줄 흐르는 소재는 떡밥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후속작 광고에 왜 그렇게 시간을 오래 썼는지 알 수가 없다.
한 캐릭터, 한 캐릭터씩 CCTV라는 설정으로 앞으로 나올 히어로들의 모습을 예고편처럼 처언천히 보여준다.
그 시간에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보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심지어 플래시가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물리의 법칙을 거슬러서 과거로 돌아와 힌트를 주는 영상하고 악몽 장면은 딴 세계 이야기다.
진짜 딴 세계다. 평행 세계라고 미국 애들이 장르 입문하기 힘들게 만드는 주된 원인 중 하나다.
나는 이런 얘기를 일부러 찾아보면서 포스팅을 읽고 다니니까 행간을 알아서 채우고 이해하는데, 아닌 사람들은 드라마 플래시나 빅뱅이론 보면서 플래시에 대한 사전 정보를 인지하고 와서 보아야 했던 걸까?
아니면 이 캐릭터를 소개하는데 그 렉스코프 CCTV 영상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걸 잠깐 보여준 걸로 전부 단박에 이해를 해내야 하는 건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영화관 규모를 막론하고 하루 십수번 상영관 돌리는 영화인데 그냥 선택지가 이 영화밖에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영화를 기회로 입덕해볼까 하면서 관심을 가지고 한번 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이런 게 더 빡치는 이유는 전개 내에서 다음 사건을 암시하는 부분이나 저스티스 리그 세계관 구축 과정에서 후속으로 나올 소재 같은 건 이미지컷 하나 없이 그냥 대사 중간에 묻어서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그걸 모조리 캐치하기를 바라는 건가.
중요하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줘도 모자랄 판에.
마지막으로 화나는 건 어정쩡한 메시지 전달 시도이다.
이 영화에서는 무리한 분량 소화를 위한 편집 때문에 캐릭터들이 상징하는 바나 각 캐릭터가 지키는 나름의 내적 도덕 규범 등에 금을 쫙쫙 내기 위해서 영화 시간의 반 이상을 부었다.
블록버스터 보러 와서 어설프게 음울하다.
센스8에서 빈민가에 사는 카피우스가 칼라에게 말하기를, 침대가 부실해도 좋은 와이드스크린 TV를 기를 쓰고 장만하는 이유는 침대는 그 주인을 그 곳에 그대로 잡아두지만 TV는 다른 곳으로 데려가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가 예술성을 추구할 수 있기는 한데, 히어로물이라는 게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결국은 자신만의 철학을 찾고 굳건하게 서는 영웅을 통해서 희망을 찾는 게 히어로물 아닌가?
그렇게 검은빛으로 덧칠에 덧칠을 하다가 마지막에 브루스 웨인이 아직 희망은 있다고 한마디 툭 던지면 그 앞에서 깎아먹던 게 만회가 될까.
심지어 플래시 떡밥질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보편선의 기준을 제공하는 수퍼맨이 로이스 레인이 없으면 동료도 죽이고 폭주해서 실제로 타락해서 거짓된 신이 될거라고 은근슬쩍 던지기도 하던데.
이것도 처음 상영관 나오는 순간 불합리하다 느꼈던 모든 점을 커버하지 못했지만 나는 워낙 단순한 사람이라 아마 자고 일어나면 한풀 수그러들지 않을까 한다.
화면 자체의 느낌이나 디자인은 나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영화를 보면서 점점 기분이 좋지 않아지고 지루해지니까 미운 놈은 뭔짓을 해도 미워 보인다고 결과적으로 안 예쁜 느낌이었다.
사실 프로모션 사진만 돌아다닐 때만 해도 내구력 약한 히어로들이 얄팍한 천 입는 게 비실용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두껍고 묵직한 느낌의 배트맨도 괜찮았는데.
이 영화의 긍정적인 점이라고 한다면, 내가 싫어하는 색을 정확하게 피커로 찍어낸듯한 주 색상에다 울버린 오리진과 함께 봉인작이라고 해서 안 보았던 그린 랜턴을 볼 용기를 주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로 보는 데다가 배트맨 대 수퍼맨보다 30분 짧으니까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거기다 더해서 미루어놓았던 수많은 히어로 프랜차이즈를 볼 용기도 주었다.
다른 의미로 감사한 영화다.
내가 욕을 이렇게 해놓았지만 진짜 캐스팅 멤버들에 크루에 스태프에 뭐 전부 고생해서 만드신 건 잘 알고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DC도 시네마틱 유니버스 예쁘게 예쁘게 구축하면 좋겠다.
혹시나 다음 시리즈 나오면 그냥 배트맨 배우분한테 감독 맡겨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러니까 시빌워 개봉일자나 일단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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