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계 리뷰 사이트를 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기계가 많아서 여러 기기에 페어링되는 블루투스 키보드를 찾으면 한없이 기대하게 된다.
지금 쓰는 건 로지텍에서 나온 K480인데, 나는 원래 가방도 큰 걸 들고 다니고 그저 기기 3개까지 멀티 페어링이 되는 데다가 iOS 단축키도 확실하게 먹어서 잘 쓰고 있다.
그래도 누가 추천해달라고 하면 크기가 거의 A4용지 묶음만해서 차마 추천은 못 해준다.
사이즈도 작고 멀티페어링이 되는 대안을 찾다가 보인 게 롤리 키보드였다.
그래서 엄청 기다렸는데 실물로 보니 생각보다 음.
롤리 키보드를 사고 싶으면 주변 LG 매장에 직접 가보는 것이 좋을 거 같다.
내가 직접 만져 보니 정말 호불호가 많이 갈릴 거 같더라.
요즘 LG에서 G Pad II랑 세트로 묶어서 밀던데 찾기 쉬울 거다.
일단 정말 작다.
엄청나게 작다.
저건 진짜 펜 한두 개 든 필통같이 들고 다녀도 될 거 같다.
그래서인지 내가 실제로 칠 때 애로사항이 좀 있더라.
이 키보드는 배터리 및 다양한 부품이 담겨있는 사각기둥을 기준으로 키보드가 감긴다.
이름도 거기에서 착안해서 롤리다.
그래서 4줄 밖에 안된다.
우리가 보통 보는 키보드는 최소 5줄이고, 펑션 키까지 합치면 6줄이다.
그런데 그걸 4줄로 줄였다.
편법으로 얇은 줄을 만들 수도 없다.
말리는 관절 부분이 너무 확실한 걸.
그렇다고 해도 다양한 기능 키와 조합 키를 버릴 수는 없으니 그 줄은 반드시 넣으면, 위의 나머지를 세 줄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숫자 키가 펑션 키와 조합해야 칠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숫자 키에 있는 특수기호를 치려면 펑션과 시프트를 같이 쳐야 한다.
적응하면 괜찮을 수도 있긴 한데 평소 익숙한 비율과 배치의 그 평범한 키보드를 더 자주 접하니만큼, 영원히 적응하지 못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는 얇은 두께다.
나는 손을 쓸 때 쓸데없는 행위에서 힘이 많이 들어간다.
예를 들면 키보드를 친다거나, 마우스를 클릭한다거나^_T
70년대 타자기를 치면 기깔나게 치지 싶을 정도로 깊이 세게 누른다.
설마 물건이 그렇게 쉽게 박살날라고, 하는 생각은 금물이다.
사람의 신체라는 것도 그렇게 비실비실한 게 아니다.
저렇게 얕은 키보드를 나 같은 사람이 장시간 과하게 두드리면 적어도 ㅋ 키는 고장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ㅋ라는 이 음소는 모름지기 수많은 감정을 담아서 치는 키이니만큼, 다른 키에 비해서 힘을 더 주고 칠 가능성이 있다.
기우가 아니다.
내가 실제로 ㅋ만 고장내봐서…
그 와중에 가로가 좁다.
전체 길이는 딱 적당할 거 같은데, 원래 휴대용 키보드는 키 자체를 일반 키보드보다 좀 작게 만들거나 간격을 좁게 배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 쓸 때 그냥 편하게 손을 얹으면 자리가 부족하다.
게다가 롤리 같은 경우에는 양쪽에 키 하나 넓이만큼 고정 자석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양쪽에서 키를 하나씩 박탈당한 길이다.
내 손이 여자애보다는 크고 남자애보다는 좁은 중간 수치 같은 사이즈인데 딱 얹으니까 양쪽으로 모자라더라.
그리고 실제로 자판도 키를 하나씩 박탈당했다!
큰따옴표가 있는 그 라인이 없다.
그것도 펑션키로 같이 눌러야 하더라.
처음에 무심결에 아포스트로피 누르러 갔다가 다음 줄로 바뀌어서 심히 당황했다.
숫자를 고유어로 바꾸어서 칠 지언정 저렇게 세로로 키가 한 줄 사라지면 나는 적응 못 할 거 같다.
광고에서 모델 손놀림이 좀 따박따박 끊어지는 느낌일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내가 아이패드 미니에서 자체 키보드 두드리는 마냥 새끼손가락을 거의 안 쓰고 있잖아?
그 외에는 소소하게 지지대가 좀 불안한 느낌?
내가 처음으로 봤던 전시 키보드가 지지대 물림 부분이 부러진 물건이라서 그런 인상이 남았다.
이 부분은 알 수는 없지만, 키보드가 얇게 착 접히는 크기인 걸 고려할 때 다른 파트에 비해서 약하면 약했지 강하지는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총알도 막아봤다는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깨뜨리는 종이다.
그러니 지지대 정도야 부러뜨릴 수 있을 거다.
간수 잘 해야 할 거 같다.
진짜 부피는 꿈 같은데.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만큼 실망을 한 거 같다.
너무 소식을 일찍 봐서 오래 기다렸더니 4줄짜리 휴대용 키보드에 너무 많은 걸 바랐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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