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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night in Paris, 2011]

(출처: TQS Magazine)
(출처: The Film Stage)



나는 이렇게 이번에도 스트리밍을 질렀고, 그 덕분에 영화 잘 봤다.
왓챠플레이가 출시되면서 사전 프로모션으로 알림 등록을 하면 첫 달에 100원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고 하길래 영화관 가는 것보다는 싸게 치니까…! 하면서 그냥 쓰고 있기는 한데 아마 이거 써보고 다른 곳도 써보러 가지 않을까 싶다.

[※ 이 아래로는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스포를 쓸 예정입니다.]


극적이지는 않지만, 작게 작게 전개되는 듯 하면서 공감가던 영화였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오웬 윌슨의 캐릭터, 1920년대를 선망하는 소설가 길 펜더가 파리에 왔다가 자정에 마법 같이 자신이 원하는 시대로 향하는 자동차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사람들이 과거를 소비하면서 한 번쯤 가지게 되는 그 시절에 대한 호기심에 대해서 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잔잔한 영화라 생각한다.

주인공처럼 그 시대의 소설가나 문화에 대해서 줄줄 꿰면서 그 시대를 진지하게 갈망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나는 혼자서 살살 개항기에서 일제 시대 사이, 시대적 스타일의 과도기에 지어진 건물을 보러 다니는 것을 꽤나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살아가는 시대는 아니지만 단편적으로 노출되는 시대에 대한 낭만에 집중하는 이 영화를 더 즐겁게 보기도 했다.



영화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인물에는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길 펜더와 아드리아나처럼 과거를 선망하는 사람들, 또 하나는 자기 시대에 만족하면서 충실한 사람들이다.
몽상가에 가까운 전자의 길과 아드리아나는 각각 본인들이 살아가는 시대와 선망하는 시대를 직접 경험하고 비교하면서 각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들의 우상을 만날 기회를 갖게 된다.

그 속에서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야 그런 고민이 없겠지만, 길과 아드리아나는 과연 자신의 시대로 돌아갈 것인가 선택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길과 아드리아나가 나뉘는데, 아드리아나는 자신이 원했던 시대로 떠나면 모든 것이 더 즐거울 것이라 생각하면서 벨 에포크에 남고, 길은 결국 자신의 본래 시대로 돌아간다.
그런 결정을 길이 털어놓으면서 자신이 꾸었던 악몽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그 꿈인즉슨 과거로 와서 살다가 다쳤는데, 현대에서는 아주 흔했을 항생제가 필요한 순간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과거에 대해서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정확하게 표현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기에 그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현실에 부딪치며 내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것이다.
센스8에서 카피우스가 얘기하듯이, 집에 제대로 된 침대는 없어도 대형 TV가 있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를 다른 곳으로 보내주기 때문에 기왕이면 판타지를 소비하는 게 더 기껍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에 우리 시대에 닻을 내리고 이 곳에서 길들여진 이들인데, 당연했던 것들이 사라지면 그것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꿈꾸던 과거는 작은 창문을 통해 넘겨본 낭만적 단편인데, 그 전체를 알고도 계속해서 꿈꾸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도피처를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본인이 아는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면서 이상향을 남겨놓는 길의 선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 영화에서 묘하게 마음에 안 드는 것은 길의 약혼자와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이미 영화를 시작할 즈음부터 훌륭한 길 펜더의 편이기는 했어도 현실에 충실하고 본인의 삶을 즐기는 그 약혼자가 그에 대비하는 악역일 필요는 없는데, 이네즈가 명색이 길의 약혼자이면서 자신한테 맞지 않는다고 사람을 얼빠진 취급하면서 애인 있는 다른 남자한테 계속 마음 쏟으면서 무신경한 게 보이니까 심한 장면에서는 소비지향의 골빈 여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온갖 쟁쟁한 인물들이 자신만의 철학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20년대에 비해 주인공이 속한 현실의 무게감이 부족해서 돌아오겠다는 결정이 오히려 체념과 수용 같아 보여서 좀 아쉽기도 했다.



요즘은 극적인 영화가 너무 많아서, 모든 게 긴장감이 넘치는 모험이다.
하지만 만약 실제로 내가 이 영화처럼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사실 나는 극적인 이야기 옆에서 지나가는 하찮은 엑스트라 내지는 한 프레임 안에 있지도 않은 관객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서 길 펜더가 자신이 선망하던 작가들을 만나는 것 쯤이야 이해가 가지만, 그를 중심으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길 펜더처럼 20년대라는 과거를 관광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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