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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en of Geek) |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 막차로 봤다.
호불호가 갈린다고 해서 망설이다가 이전 시리즈에 대한 애정으로 갔다.
그런데 모르겠다.
역시 3편에는 마가 끼는 건지, 다음 편이 어떻게 될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예고편을 봤을 때는, 이 영화에서는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몇 년이 지나서 주인공들이 다른 형태의 삶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을 때 최강이자 최악의 악당이 현대로 돌아와서 최대의 위기가 다가온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홍보하는 스케일에 비해서 어정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예고편만 봤을 때는 아예 에릭 렌셔하고 찰스 자비에가 화끈하게 적들한테 당하고 후세대가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았다.
자비에 교수가 적한테 컨트롤 당하면서 힘에 취하는 것 같은 표정을 보여줬는데 기대할 수도 있지ㅠㅠㅠ
역시 히어로 영화는 예고편을 안 보고 가는 게 낫다.
예고편은 주요 장면을 집어다가 자극적으로 만들어서 본편을 볼 때 사람 허탈하게 한다.
그냥 가치중립적으로 아무것도 안 보고 편견 없이 갔어야 했다.
내가 잘못했네.
이 영화는 퍼스트 클래스로 시작한 트릴로지의 마지막이지만,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변하기 시작한 새로운 엑스맨 이야기의 프리퀄 역할도 해주어야 했다.
그래서 얘도 어정쩡하고 쟤도 어정쩡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 프랜차이즈에서 확실하게 잘 나가는 캐릭터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듣보잡인 애들을 띄우자고 그 잘나가는 캐릭터들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이번 편에서 소개되는 캐릭터들이 듣보잡인 건 아니다.
그런데 이 캐릭터들은 이미 원작인 만화는 물론, 이전에 나왔던 영화 트릴로지와 연속성이 끊어졌다.
새로 캐스팅하고 새로 설정한 캐릭터들이니,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알 수 없다.
그런 불확정 요소에다가 몰빵하기엔 워낙 큰 영화다.
이해는 하지만 그 망설임 때문에 이 세대도 못 띄우고 저 세대도 못 띄우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래서 캐릭터도 너무 많고 아예 소개를 생략할 수도 없으니 세부 묘사에 쏟을 시간은 더 줄었고.
웃기게도 그 와중에 영화 보고 나오면서 ‘소피 터너가 배역을 꽤 잘 골랐네,’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안 그래도 HBO의 〈왕좌의 게임〉에서 산사 스타크 역을 맡아서 좋은 경험하고 있는 배우다.
그리고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는 거짓된 신을 물리치고 잠재되어 있던 신성을 각성하는 진 그레이의 성장 과정을 주요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원래도 꽤 비중 있는 캐릭터인데 피닉스 포스까지 멋드러지게 보여줬으니, 차후 엑스맨의 신작이 나오면 이 배역이 다음 영화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해도 안전할 거다.
내가 이번 엑스맨을 유난히 재미없게 느꼈던 건 아마 신들의 충돌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한다.
OSMU 관련으로 강의를 한두 번 들어봤는데, 히어로물 강의에서 여러 번 지적된 포인트가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히어로물들은 신화의 만신전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의 수많은 신들은 권능을 지녔지만 인간맨치도 못한 성품으로 좌충우돌하고 끙끙 앓았다.
히어로들도 인간의 연장선상에 놓여있지만 신화 시대에 태어났다면 확실히 신 내지 괴물로 존재했을 존재들이다.
그들이 인간적으로 고뇌하고 갈등하기 때문에 독자 내지는 관객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가 있다.
그러려고 하면 히어로들이 얼마나 비범하든지 사람이 주도하는 이야기여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부분이 부족했다 생각한다.
이번 시리즈의 아포칼립스는 압도적인 힘을 지닌 절대자처럼 그려진다.
고대에는 네 기수들을 거느리고 힘으로 고대 이집트를 지배하기도 했고.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일반인에게 이 뮤턴트는 저항할 수 없는 신이 맞다.
거기다가 아포칼립스는 자신이 군림하는 게 당연한 절대자처럼 행동하니까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무언가가 지구에 온 느낌이다.
그런 존재의 앞에서 뮤턴트 진영의 상징적 지도자의 역할을 맡아오던 찰스 자비에나 에릭 렌셔는 약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에릭 랜셔는 초반에는 아예 아포칼립스의 편에 섰고, 찰스 자비에는 저항은 했으나 진짜 중세 기사물에서 사악한 용한테 납치당하는 공주님마냥 끌려갔다.
그 장면 꽤 진지한 장면인데 딱 그 구도라서 좀 웃겼다.
오리지널 트릴로지에서 패트릭 스튜어트 옹과 이안 맥켈런 옹의 위엄 넘치는 이미지도 아직 머리에 남아 있고, 하다 못해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스타디움을 통째로 뜯어다 백악관 농성하던 게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서 더 약해 보였을 수도 있겠다.
아포칼립스를 물리치기 위해 많은 엑스맨들이 노력했지만, 이번 영화의 위기를 모면하는데 인간은 충분치 못했다.
프로페서 X가 남들 속에 적응하고 싶었던 진 그레이를 설득해 피닉스 포스를 깨우고 나서야 그 힘으로 아포칼립스를 태워버리고 승리한다.
결과적으로는 더욱 강력한 신이 새롭게 나타나고야 위기가 해결된 거다.
이 장면을 보고 나는 결국 인간의 경계 안에 남아 있던 뮤턴트들은 아포칼립스를 물리치지 못한 거라 생각했다.
강력한 존재의 도래로 맞은 위기는 인간의 연합으로 극복한 게 아니라 더욱 압도적인 힘에 짓누르며 해소되었다.
아포칼립스가 진 그레이에게 패배하는 장면을 보면서 특히나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 장면을 보면 아포칼립스는 피닉스 포스의 불꽃에 산화하면서도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이었다.
아포칼립스 본인은 거짓된 신으로 밝혀졌으나, 그가 생각했던 대로 약자와 강자는 나뉘고 강력한 힘으로 대표되는 신성은 위대하다는 사실이 확인 받는 것처럼도 보였다.
전체적으로 뜬금 없는 전개는 아니지만 원래 캐릭터도 많고 새로 도입된 캐릭터들도 많아서 각 인물의 내적 갈등 등의 사건 근거는 한번씩 짚어줄 뿐, 상영시간 내에 심도 있게 묘사되었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온갖 캐릭터 사이에서 작두 타는 마냥 절묘한 비중을 맞추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한번 느꼈다.
전작의 마지막에서 아포칼립스 시점 이후 울버린은 오리지널 트릴로지의 모두가 여전히 있는 세계에 결국 도착하게 된다는 걸 암시했고, 그 영화랑 이 영화랑 이어지는 세계관이다.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겨야 오리지널 트릴로지와 같은 분위기로 귀결되는 걸까.
설마 울버린이 도착한 곳은 또다른 평행세계…?
이 시리즈는 어디로 가게 될까 으레 생기는 불안감이 있지만, 부잣집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판타스틱 포 리부트마냥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
보면서 너무 대놓고 교두보 같은 영화여서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그걸 봐야 평가할 수 있을 거 같다.
다음 편이 이번 편의 떡밥을 절묘하게 활용해서 멋지게 마무리하면 큰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라고 생각할 거고, 여기서 마무리된 것처럼 새로 시작하는 영화가 나오면 이 영화를 저평가하게 될 거 같다.
다음 편이 이번 편의 떡밥을 절묘하게 활용해서 멋지게 마무리하면 큰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라고 생각할 거고, 여기서 마무리된 것처럼 새로 시작하는 영화가 나오면 이 영화를 저평가하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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