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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07 히어로가 휩쓸고 지나간 뒷모습 이야기

영화에서 주인공이 싸울 때는 시원스럽게 주변을 박살내야 블록버스터 보겠다고 돈 낸 보람이 느껴진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저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아무 문제가 없을 리 없다.
옛날 영화는 모든 걸 부수더라도 지구를 구하기 위한 일이었고 영웅은 오늘도 세상을 구했다고 끝났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다 사람 살리자고 한 일이지만 불필요한 피해가 있었을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큰 희생이 따른다.
옛날에는 후유증 같은 건 잘 보여주지 않았는데, 요즘은 아예 저 부분을 작품 간 연결 고리 및 소재로 다룬다.

일례로 2015년에 나왔던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을 보면 내가 이전작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보면서 생각했던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해마다 남의 나라 문화 유적 및 주요 건물을 저렇게 시원스레 박살내고 다니는데 어떻게 멀쩡하게 활동하는 게 더 신기하다,’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번에 나온 〈배트맨 대 수퍼맨: 돈 오브 저스티스〉도 수퍼맨이 지나가고 난 자리의 망연자실한 웨인 엔터프라이즈가 첫 장면이었고.

이런 식으로 작품 간 연속성이 더 확실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백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말 흥한 집의 경우에는 영화로 미처 다루지 못한 그런 부분을 TV 시리즈로 보충하고 있다.
DC는 좀 산발적으로 보이는데 마블 같은 경우에는 아주 체계적으로 블록을 쌓고 있다.
그런 식으로 코믹스 원작에 드라마로 각색되는 작품이 상당히 많다.
그 목록이 상당히 긴데, 양 측 신작 중에 비슷해보이는 게 있더라.






처음 내가 기다리고 있던 것은 마블의 〈데미지 컨트롤〉이었다.


(출처: Screenrant)

〈데미지 컨트롤〉은 디즈니 프랜차이즈의 이름 하에 ABC에서 방영할 거라고 한다.
원래 DC보다 마블을 잘 보기도 하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연결되면서 소소한 레퍼런스가 나오는 게 재미있을 거 같아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출처: Den of Geek)

그런데 IMDb에서 배우 필모그래피를 훑다가 엉뚱한 걸 발견했다.
생각없이 보던 필모에 이런 꿀 같은 게 나올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DC에서도 히어로 사후 처리가 소재인 드라마가 나온다.
정말 놀랐던 게, 〈데미지 컨트롤〉은 검색했을 때 아직도 원작 코믹스를 먼저 띄워주고 드라마 관련으로는 아직 위키 항목도 개설되지 않았는데 〈파워리스〉는 배너와 두어 장이나마 티저 사진도 나왔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가 평소 DC에 소홀해서 이 소식을 몰랐던 거 같다.


두 드라마 모두 비슷하게 사후 처리 소재에 코미디물이지만 〈데미지 컨트롤〉은 건설 및 뒷처리가 주라면 〈파워리스〉는 보험 회사로 보인다.
작은 마을 하나쯤은 일상적으로 갈아 박살내는 세계에서 그걸 다시 짓는 것과 그 피해 범위를 산정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소름돋는지는 잘 모르겠다.
큰 재난이 지나간 현장은 무겁고 우울할 법하다.
그걸 코미디라는 맥락에 어떻게 담아낼지 궁금하다.



그리고 감으로만 찍는 건데, 사실 〈데미지 컨트롤〉이 더 재미없어도 취소될 가능성은 〈파워리스〉가 더 높을 것 같다.
〈데미지 컨트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 사이의 여백을 채우기 위한 드라마 시리즈이다.
마블 계열은 시들해도 가망 없는 수준이 아니라면 실제의 포텐셜보다 하프 시즌 분량 정도는 더 버틸 거다.
〈에이전트 카터〉도 사실 두 시즌이나 나올지 몰랐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영화의 플롯이 채워주는 부분이 얼마 안 되어보여도 상당히 중요한 설정들이다.
그래서 그 영화를 아는 사람들은 재미있어도 안 본 사람도 많은데 광역으로 뿌리기에는 아니다 싶었기 때문이다.
만화책 스페셜 이슈에서 썰풀어주는 마냥 드라마 시리즈를 만들어요…
어쨌든 어느 회사 드라마든지 간에,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연결하는데 집착하게 되면 드라마 자체만으로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어지면 좋지만 이어져서 재미없을 거면 슬쩍 거리를 뒀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히어로들 이야기를 시덥잖다는 식으로 드립치는 게 매우 보고 싶다.
길냥이가 담장 넘어와서 쓰레기 봉투 파헤쳐놓은 수준으로 얘기하는데, 그 사고가 사실은 무슨 히어로가 주먹 휘두르다가 담벼락을 통째로 내려앉혔다든가 그런 거.
아이러닉한 어조 좋아하는데 그러면 제대로 치일 거 같다.



어찌 되었든 아직 나오지도 않은 드라마 시리즈 할리우드에서 어련히 잘 만들까 싶은데 아직 프로모션 영상 한 조각도 나오지 않아서 애탄다.
하지만 기대가 매우 크다.
엄청나게 재미있어서 장수 드라마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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