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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광고의 귀환, "Got Hamilton?"

(출처: People.com)

요즘 브로드웨이에서 핫하다는 뮤지컬 해밀턴.
린-마누엘 미란다가 작사작곡주연까지 다 뛰었다길래 깜짝 놀라기도 했다.
나는 이 아제를 하우스에서 하우스 친구 앨비로 봐서 몰랐는데 찾아보니까 음악쪽으로 커리어가 더 탄탄한 아제더라.
또 이 뮤지컬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브로드웨이 최초로 힙합을 접목한 뮤지컬이라는 점 때문이다.
내가 애용하는 디저에 벌써 앨범이 올라와서 정주행했는데, 힙합 별로 안 듣는데도 적당히 가미된 정도라서 뮤지컬 넘버가 엄청 좋더라.
내용은 스포이긴 한데, 마지막 넘버가 전체 이야기를 바라보는 관점을 현재 시대의 시각으로 확 바꿔주는 느낌이라서 좋았다.
그리고 다 듣고 무슨 내용인가 찾아보았을 때 이 뮤지컬의 클라이막스 사건이 미국 역사 희대의 병림픽이라고 묘사되는 현직 부통령과 전직 재무장관의 현피라는 사실을 알고 좀 당황했다.
여러가지로 재미있는 뮤지컬일 거 같은데 미국에서 하는 중이라 보지는 못하고 그저 침만 흘릴 뿐이다.



이 뮤지컬을 보면서 내가 가장 감명깊게 생각하는 점은 내가 보았던 뮤지컬 홍보에 비해서 일반 기업의 광고에 더 가깝다는 점이다.
내가 열심히 찾아보지 않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뮤지컬 광고는 잘 찾아보기가 힘들다.
포스터, 컨셉을 보여주는 프로모 사진에 실황 공연 몇 장면을 엮어 인기좋은 넘버를 믹스해서 나오는 맛보기 영상 하나, 그 정도가 다다.
거기다가 좀 더 나오면 추가로 촬영한 뮤직비디오 영상쯤?
그나마도 거의 서양작이고, 우리나라 뮤지컬은 그렇게 뮤직비디오가 제대로 나온 걸 잘 보지 못했다.
검색하면 상위 검색결과는 거의 프레스콜 때 부르는 모습을 촬영해놓은 것뿐이다.
급할 때는 분명히 우리나라 말로 번안도 하고 재창작을 해서 올리는 뮤지컬이라고 하는데 외국에서 찍어놓은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광고한다.
내가 사는 표는 내한 공연 표가 아니지 않나요…?


이건 경험을 강조하는 무대공연의 특성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아무래도 무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먼저 알고 들어가면 아무리 그 현장감이 다르더라도 새로움이 없기 마련이다.
디즈니에서 신나게 돌려주는 프로모션에 당하고 겨울왕국 보러 가면 렛잇고 나오는 부분이 엘사의 해방감과 용기 이런 걸 나타내는 하이라이트 곡임에도 불구하고 감동이 격감하는 것과 같은 맥락 아닐까.
그렇더라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데, 기왕이면 더 예쁘고 손이 많이 간 티가 나는 PR에 격추당해서 지갑을 ATM 마냥 바치고 가고 싶다.



유튜브에 가면 뮤지컬 해밀턴 공식 계정이 있다.
여기에 올라오는 것은 거창한 것은 아니다.
백악관에 가서 공연한다거나 하는 공식적인 영상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캐스트 멤버들이 그냥 스마트폰 카메라를 하나 들고 웃고 떠들면서 장난치거나 소소하게 해밀턴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안부인사에 가깝다.
지미 팰런도 백스테이지에 놀러와서 장난치고 놀고 있다.




이 채널을 보다 보면 저런 소식 영상 외에도 광고가 있다!
TV 방송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체적으로 제작한 거 같은데, 어디서 꺼내왔나 싶도록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영상이 해밀튼의 패러디 영상이고, 아래 영상이 원래 영상이다.
정말 소소한 변경 말고는 똑같다.
동시에 재생하면 몇몇 컷에서 1초도 안 되는 타이밍 차이만 느껴질 뿐이다.

그런데 저 원본 우유 광고가 정말 기막힌 광고였다.
짠 것도 아닌데, 저 90년대 광고가 알렉산더 해밀턴을 총으로 쏴죽인 사람을 맞추면 큰 상금을 받는데 우유가 없어서 맞추지 못한 안타깝고 웃긴 사연을 담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이건 뭐 아예 갖다 쓰라는 거다.
한 치도 바꿀 필요가 없다.

그래서 앵글에 연기까지 거의 똑같다.
차이라면 현대에 찍은 영상이라 화면 비율이 더 길다는 것, 알렉산더 해밀턴에 집착하는 광고 주인공을 맡은 게 실제로 뮤지컬에서 애런 버 역을 맡은 배우라는 것, 그리고 세트장이 집무실이고 카메라에 비치는 액자에 실제 해밀턴 공연 중 재미있는 장면의 사진이라는 정도?
다른 게 없는데, 저 배우가 실제 애런 버 연기를 하는 배우라는 것만 알아도 웃기다.
센스가 터진다.


이 영상을 보면서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시간이 흐르면 광고는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잊혀질 것 같아도 결국에는 하나의 영상 작품이기 때문에 재조명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90년대에 나온 저 광고가 당시에는 수상작이었을 정도로 유명한 광고였고 아마 나 정도의 세대나 더 어린 사람들은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이 안 나거나 본적 없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더 위의 세대는 분명히 저 때 저 광고를 보면서 피식했을 거다.
광고 자체가 센스있는 광고다 보니 젊은 세대는 소소한 아이러니에 유머를 느끼며 웃을 것이고,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향수도 느끼면서 한층 더 호감을 가질 것이다.
일석이조다.

다음으로는 뮤지컬을 홍보하는 영상에서 뮤지컬의 공연 장면이나 내용을 직접적으로 조명하는 게 아니라 이런 게 있다고 외치는 광고 영상을 내놓아서 그에 감탄했다.
저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제까지 내가 본 뮤지컬 광고에서는 이런 영상을 본 적이 없었다.
뮤지컬 내 대표 넘버의 완성도나 무대의 화려함으로는 열심히 어필을 시도했지만, 이런 유머는 정말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냥 일반 광고 바이럴 영상 보는 느낌이다.



해밀턴 공식 채널에서 찾을 수 있는 영상은 사실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투어 콘서트를 하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백스테이지, 무대 위 및 사이사이 여행길의 모습을 찍어서 유튜브 채널에서 보여주고 드라마도 프로모션 등을 위해서 드라마의 맥락에서 벗어나 영상을 재구성해서 유머 넘치는 광고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만 (내가 못 본 걸수도 있지만) 이러한 시도를 무대공연계에서 보기 힘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해밀턴은 나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아닐까 한다.
뮤지컬은 이야기만 해주는 것도 아니고 노래만 줄창 나오는 것도 아니니 독립적인 장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양쪽 모두에 해당하는 장르이다.
거기다가 멋드러지고 운율 착착 들어맞는 가사도 있으니 캐치프레이즈도 완벽하다.
그러면 사진은 물론 멋진 가사로 타이포그라피도 할 수 있고, 영상도 나올 수 있고, 다른 미디어에서 하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거다.

옛날 애니메이션 아나스타샤에 보면 "If I can learn to do it, you can learn to do it!" 하는 가사가 나온다.
해밀턴이 그렇게 나서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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