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 생각없이 스포일러를 쓸 예정이므로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썸네일을 보았을 때 플레이어 캐릭터가 촛불 같이 귀여워서 충동적으로 받았다.
짧은 시간 내에 깔끔하게 한바퀴 돌고 끝낼 수 있는 액션 게임이었다.
예상외로 스토리도 있었고.
이 게임을 시작할 때 플레이어는 어떤 상위 존재의 분노를 마주하게 된다.
굳이 말하면 여신?
여신은 너는 용서 받을 수 없는 존재라고, 꼴도 보기 싫으니 나락에서 썩으라고 하면서 캐릭터를 지하로 던져버린다.
화면이 흔들리면서 캐릭터가 떨어지면 거기서부터 스테이지를 통과해야 한다.
첫 스테이지에서는 훌륭한 점프력에 물 위도 걸을 수 있고 하니 장애물이 있어도 간단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래서 ‘왜 이렇게 쉬울까… 설마 엄청나게 긴 건가…?’ 하면서 의아해 했다.
깔끔하게 1 스테이지가 끝나고 나니 여신이 가을철 튀어나온 모기를 보는 양 징그러운듯이 왜 또 튀어나왔냐고 플레이어를 다시 지하로 떠밀어넣는다.
나야 뭔가 매우 억울하지만 떠밀어넣으니 또 다음 스테이지로 밀렸다.
그런데 다음 스테이지에서 갑자기 팔을 뺏겼다.
진심으로 당황했다.
알고 보니 이렇게 한 스테이지씩 넘어갈 때마다 캐릭터에 뭔가의 제약이 생기더라.
처음에는 팔 뺏고, 다음에는 다리 뺏고, 그런 식으로 점점 내 스프라이트가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
스테이지도 그에 맞도록 조금씩 바뀌고.
마지막에는 진짜 다른 의미로 감탄했던 게, 스프라이트에 형체가 모조리 사라졌다.
ㅋ
내가 움직여야 하는 캐릭터의 사이즈가 짐작도 안 되는데 장애물은 제일 많다.
환장할 노릇이다.
스테이지 중간중간에 계속 여신이 등장해서 이렇게까지 매달리는 이유가 뭐냐고, 너는 극혐이니 꺼지라고 하는데 왜 매달리냐고 묻는다.
나도 진짜 궁금했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었던 여러 고비를 넘기고 스프라이트가 사라지는 빡침도 극복하고 끝을 보았다.
알고보니 사실 여신과 캐릭터는 우리 세상의 인물이었다.
교통사고에서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게 플레이어 캐릭터와 여신이었다.
주인공은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 여신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사고를 당한 피해자였다.
여신은 가해자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입장이니 처음에는 좀 뜬금없던 그 분노가 정당화되었다.
액션 스테이지로 구성된 이 공간은 삶과 죽음의 경계 같은 곳에 위치한 공간인 거다.
이 곳에서 플레이어 캐릭터는 책임을 회피하여 여신이 분노하도록 내버려두고 가는 게 아니라 ,제목처럼 ‘persist’,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을 하고 피해자가 마음을 풀 수 있도록 끝까지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받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이것을 보았을 때 나름 바람직한 역학 구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를 구하는 사람이 제 마음 편하자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고 억압하여 탈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해줄 필요도 없고, 그 이가 잘못을 저지른 이보다 상위에 위치해야 한다는 배치가 괜찮았다.
가해자가 진짜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 진심을 보여주려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가해자가 저런 식으로 피해자에게 들이댈 때 흠씬 패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 내에서만 보았을 때, 이 상황에 대해서 주어지는 정보라고는 교통사고가 있었고 가해자는 운전을 하고 있었으며, 피해자가 그에 휘말려 크게 다쳤다는 것뿐이다.
고의성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고 가해자의 반성하는 태도에 가산점이 들어갔다.
게임의 마지막에서는 병원에서 오고갈 법한 대화가 나온다.
두 사람이 응급실로 실려오는데, 운전자는 결국 죽었지만 피해자는 생존한다.
게임의 여정이 저들의 생사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묘한 의문을 남기기는 한다.
게임의 제목처럼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플레이를 하다보면 갑자기 놀라운 조각이 등장하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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