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유튜브 메인에서 발견했다가 꽂힌 그룹 Of Monsters and Men.
그 그룹의 노래 중 Dirty Paws의 리릭 비디오다.
가사가 상당히 고딕해서 좋다.
학부에서 고딕문학을 주제로 하는 수업을 들은 적 있다.
그 때 고딕문학의 특징을 배웠는데 그 주된 특징은 ‘괴물’의 존재이다.
그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정말 인외의 개체일 수도 있지만 같은 인간이 공감할 수 없고 배척할 만한 행위를 하는 괴물 같은 인간일 수도 있다.
이렇게 괴물들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거나 인간과는 다르다.
고딕문학은 이러한 미지의 괴물들과 교차하게 된 인간의 이야기를 많이 다룬다.
그런 점에 착안하듯이 이 그룹은 이름부터 Of Monsters and Men—인간과 괴물에 대하여, 이다.
어느 논문 제목 같다.
그룹의 이름에서도 나오는 저 괴물들이 노래 구석구석에도 등장한다.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부터〈My Head Is An Animal〉이다.
이집트 신화의 신들이나 금수의 머리를 하고 잘 등장하고 그런다.
그 중 Dirty Paw는 ‘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런데 초반은 정확하게 누구에 대해서 얘기하는지 파악을 못했다.
현재 내가 생각하는 건 ‘나’의 머리가 짐승의 머리인데, 옛날에는 이 짐승이 존재했다는 식으로 집안에 내려오는 조상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어쨌든 그 짐승이 있고 그 짐승에게 아들이 있었고 그 아들은 잔디를 깎는데 성격이 괜찮은 이였다.
그리고 그 아들이 애완 잠자리를 길렀는데 그 애완동물이 집을 나갔다가 신기한 이야기를 듣고왔다고 쭈욱 썰을 푼다.
고딕문학에서는 구전설화와 같이 건너건너 이야기를 들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몰입도와 사실성을 높인다.
그것과 딱 똑같다.
도망친 잠자리는 숲에 갔던 거 같다.
그 숲은 말하는 나무들이 새들과 벌들에 대해서 노래하는 곳이다.
땅에서는 털가죽을 가졌고 흙발로 다니는 ‘그녀’와 친구들이 눈을 밟으며 살고 하늘에는 새와 벌이 날아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하늘은 함께 살기엔 너무 좁다고 벌들이 새들에게 전쟁을 선포한다.
그래서 새들은 땅 위에 사는 눈 속의 존재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전쟁이 시작했을 때 ‘그녀’와 친구들은 무서워서 굴에 숨어있었다.
그 동안 상황은 악화일로를 치달아 푸르름을 잃었다.
그래서 그들은 동굴에서 나와 여왕벌과 그 군대와 맞섰고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갔다고 한다.
이 노래의 리릭비디오는 가사에만 충실한 키네틱 타이포그래피의 형식 대신, ‘그녀’가 뛰어가는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해서 그 아래에 두런두런 가사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로 추정되는 가운데의 괴물은 손에 새들을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맨발로 눈밭을 뛰어가고 있다.
풍경은 흑백으로 천천히 조금씩 바뀌면서 흘러가는데, 숲이 전쟁통에 검게 변했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하고 고딕 특유의 적막함을 나타내는 흑백으로도 보인다.
노래가 고조되는 간주 부분에서는 새들이 하늘을 덮으면서 벌에 대적한 그들의 동맹을 보여준다.
그래서 괴물이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자칫 심심할 수도 있는 영상이 담백하면서도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처음 노래만 들었을 때 사실 땅 위의 괴물들은 좀 더 날렵한 모습일 거라 생각했다.
새하고 벌하고 같이 싸우니까 빨라야 할 거 같았다.
그런데 리릭 비디오랑 같이 보니까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거의 몬스터 주식회사의 설리 같다.
아무래도 털로 덮인 두터운 가죽은 벌에 꿈쩍도 안하니까 저렇게 달려가서 그대로 뭉개버린 느낌이다.
나는 설표나 늑대 같은 걸 생각했는데 이미지가 확 다르다.
그러다가 처음에는 무서워서 굴에 숨어있었다는 가사가 생각나서 덩치는 산만한 게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비디오를 보기 전까지는 화려하게 글씨가 날아다니는 영상들을 주로 보았다.
그래서 서체 자체나 모션에 더 집중했는데 담백한 영상 나름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영상이었다.
가사는 사실 짧게 이야기 해서 그렇지 거진 전쟁 서사 판타지와 다를 바 없다.
그런 이야기를 별 거 아닌 양 아주 능청스럽게 풀어주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흥미롭게 잘 읽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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