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주인공이 싸울 때는 시원스럽게 주변을 박살내야 블록버스터 보겠다고 돈 낸 보람이 느껴진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저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아무 문제가 없을 리 없다. 옛날 영화는 모든 걸 부수더라도 지구를 구하기 위한 일이었고 영웅은 오늘도 세상을 구했다고 끝났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다 사람 살리자고 한 일이지만 불필요한 피해가 있었을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큰 희생이 따른다. 옛날에는 후유증 같은 건 잘 보여주지 않았는데, 요즘은 아예 저 부분을 작품 간 연결 고리 및 소재로 다룬다. 일례로 2015년에 나왔던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을 보면 내가 이전작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보면서 생각했던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해마다 남의 나라 문화 유적 및 주요 건물을 저렇게 시원스레 박살내고 다니는데 어떻게 멀쩡하게 활동하는 게 더 신기하다,’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번에 나온 〈배트맨 대 수퍼맨: 돈 오브 저스티스〉도 수퍼맨이 지나가고 난 자리의 망연자실한 웨인 엔터프라이즈가 첫 장면이었고. 이런 식으로 작품 간 연속성이 더 확실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백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말 흥한 집의 경우에는 영화로 미처 다루지 못한 그런 부분을 TV 시리즈로 보충하고 있다. DC는 좀 산발적으로 보이는데 마블 같은 경우에는 아주 체계적으로 블록을 쌓고 있다. 그런 식으로 코믹스 원작에 드라마로 각색되는 작품이 상당히 많다. 그 목록이 상당히 긴데, 양 측 신작 중에 비슷해보이는 게 있더라.